이시종 충북지사가 지난 2일 청주 상당보건소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 충북도 제공 |
방역수칙 '남 얘기'… "최일선서 구멍 숭숭, 한심하다" 자조
[더팩트 | 청주=김영재 기자] 충북지역 공직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시국에서 잇단 일탈로 눈총을 맞고 있다.
21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옥천군청 A팀장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이 A팀장의 동선을 조사해보니 A팀장에게 방역수칙은 '남 얘기'였다.
그는 동료 공무원인 남편과 함께 지난 9일 제사를 지내기 위해 청주에 있는 시댁에 다녀왔는데 이 제사에는 남편의 방계가족 7명이 참석했다.
현재 방역수칙대로라면 제사의 경우 직계가족에 한해 인원제한이 없다. 5인 이상 모임 금지행정명령을 위반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A팀장이 지난 14일 인후통 증세가 있었음에도 5일이 지난 19일에야 진단검사를 받은 사실이다.
A팀장은 같은 날과 16일 직원, 민간단체 관계자 등과 식사를 했고 17일엔 민간행사에 참석했다. 동네병원 2곳과 약국 2곳을 찾기도 했다.
A팀장이 진단검사를 받게 된 것은 같은 부서 B팀장이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돼 전체 부서원들이 진단검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A팀장의 자녀 2명이 추가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A팀장과 B팀장의 확진으로 군청 직원‧민간단체 관계자 등 840여명과 이곳에서 종합감사를 했던 충북도청 직원 17명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군청 직원과 주민 55명은 자가격리가 됐다.
김재종 옥천군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타 지역 방문 자제 등 엄격한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했음에도 방역 최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확진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군민에게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5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도록 한 행정명령을 어기고 세종시 한 빌라에서 술판을 벌인 충북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찰관 6명이 주민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이들에게는 경찰청장 직권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같은 달 9일 확진된 충주시보건소 C과장은 확진 전날까지 3일 연속 사우나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충주시는 그를 사업소로 전보 조처했다. C과장이 다녔던 사우나에서 이용객 7명이 확진됐었다.
방역지침과 다르게 종교 모임에 참석했다가 확진된 일선 소방서 직원 2명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옥천소방서 소속 D씨와 청주동부소방서 소속 E씨는 지난해 12월 20일과 25일, 27일 등 3차례에 걸쳐 예배를 하고 모임을 갖는 등 '각종 회식과 모임 등을 취소하라'는 공직사회방역관리 특별지침을 어겼다.
D씨의 배우자는 대전 모 교회 목사로 같은 달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E씨는 해당 교회 교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D씨는 아내의 확진이나 자신의 검사 사실도 숨겼다. D씨는 아내의 확진에 따라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지만 '개인사정'으로 조퇴한 뒤 진단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고서야 관련 사실을 소방서에 보고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감봉 1개월과 견책 처분이 내려졌다. 또 다른 소방서로 전보됐다.
이들로 인해 옥천소방서와 청주동부소방서 전 직원 400여명이 진단검사를 받아 소방 업무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옥천소방서에서는 다른 직원 2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청주시청의 한 직원은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인 공직사회가 모범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 방역 구멍이 숭숭 뚫리는데 시민들께 방역수칙 준수를 호소한들 약발이 먹히겠느냐"면서 "한심하다"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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