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준 시장 "국민의힘 잘해서가 아냐…무서운 심판의 민심 명심할 것"[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이변은 없었다. 지난 7일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시장에 당선됐다.
박 후보의 당선 조짐은 여기저기서 보였다. 언론사들은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을 만났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당시 박 후보를 지지했다. 최소한의 중립적인 언론 보도 위해 김 후보의 지지자를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도 나온다.
보궐선거 당일 여야 캠프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날 오후 8시 15분 방송 3사 출구 조사를 접한 직후다. 박 후보는 64%를 득표해 김 후보(33%)를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 후보 캠프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비슷한 시간 김영춘 후보는 자신의 사무실을 말없이 떠났다가 오후 10시쯤 돌아왔다.
투표함을 열어 보니 박형준 후보가 62.67%로 김영춘 후보(34.42%)를 배 가까이 앞섰다.
민주당 참패는 예견됐고, 원인도 많다.
이번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부산시청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시장의 귀책사유로 발생했다. 민주당은 귀책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명시한 당헌당규를 고쳤다.
김 후보 역시 국회 사무총장 재임 당시 당헌당규를 무리하게 고치고 자신이 직접 출마 선언을 하는데 부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역 정가에서 김 후보의 출마를 두고 문재인 정부 마지막 요직을 보장받은 게 아니냐는 말도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여기에다 오 전 시장의 첫 공판인 3월 13일이 이달 13일로 연기되면서 선거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다.
민주당이 ‘경제활성화 카드’를 집어 든 것도 패착 중 하나다. 집권 여당으로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 같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가덕도 신공항 조기 건설 이후 2030 부산월드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로 이어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취지는 좋았다.
다만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코로나 19 여파로 인해 삶 자체가 지칠 대로 지쳐있었던 시민들에게 설득을 이끌어 내기엔 너무 먼 얘기였다.
이를 의식이나 한 듯 선거 막바지에 들어서자 김 후보는 부랴부랴 시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시민들의 표심을 자극하지 못했다.
또 상대 후보를 헐뜯기만 한 선거는 볼썽사나웠다. 민주당은 박 후보를 상대로 엘시티 분양 특혜, 딸 입학 의혹, 국회 사무총장 재임 당시 특혜 공모 등 숱한 의혹을 제기했다. 지역 정가에선 이번 보궐선거는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로 꼽힌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민주당의 전방위적인 압박 공세에도 박형준 후보는 선거 과정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대세론’을 쭉 이어갔다. 네거티브 선거 행태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올해 3월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LH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이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함께 맞물렸고, 민심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결국,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 이상이 참여한 이번 재·보궐선거는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는 만큼 국민의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이는 집권 5년차로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론에 힘이 실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만큼은 부산 시민이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국민의 힘이 잘해서가 결코, 아니다.
박형준 시장은 7일 오후 11시쯤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가 오만하고 독선에 빠지면 언제든 무서운 심판의 민심은 저희를 향할 수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시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면, 누구에게나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선거이다. 이게 부산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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