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한국사 교과서 3종, 일본 시민단체 활동 수록 ‘눈길’
입력: 2021.04.05 14:56 / 수정: 2021.04.05 14:56
미래세대의 역사화해 차원에서 국적을 뛰어넘어 인권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을 수록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3종.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제공
미래세대의 역사화해 차원에서 국적을 뛰어넘어 인권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을 수록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3종.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제공

‘나고야 근로정신대 소송지원회’ 활동 소개…국수주의 사관 日교과서와 대조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서술을 축소한 고교 교과서 검정을 승인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 한일 간 역사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을 비중 있게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정부가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역사적 사실마저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은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과 달리,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한일 간 대립적 관점보다는 미래세대에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과 역사 화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역사교과서는 몇 년마다 검정을 거쳐 개정되는데, 현재 고등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9종은 지난해(2020년)부터 사용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3종에서 한일 간 역사 갈등 속에서도 양심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제2차 후지코시 강제연행․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 등 일본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해냄에듀’ 한국사 교과서 p312에는 ‘한국과 일본을 가깝게 하는 사람과 노력’이라는 코너에서, 2001년 일본 유학중 전철 선로에 떨어진 승객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 한중일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동아시아 역사 체험 캠프 사례와 함께,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 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을 소개하고 있다.

교과서는 "다카하시 마코토와 고이데 유타카는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돕고 있는 일본인이다"며 "이들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 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어 피해 할머니들의 소송비와 항공료, 체류비를 지원하는 등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회복과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하였다. 할머니들의 고향인 광주시는 이들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였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2017년 광주광역시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는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와 고이데 유타카 사무국장 사진을 함께 첨부해 실었다.

‘동아출판’ 한국사 교과서 p302에는 ‘역사 화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라는 코너에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사례와 함께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나고야 소송 지원회’를 소개했다.

교과서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 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은 1998년에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시민단체로 강제동원된 한국인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들은 ‘다시는 반인륜적 행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양심을 포기할 수 없다. 할머니들과 유가족의 존엄은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며 매주 금요일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금요행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금요행동 시위를 펼치고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 p312에서는 ‘갈등 해소와 평화 안착을 위한 노력들’이라는 코너를 통해 동아시아 갈등 해소와 평화 안착을 위한 민간 차원의 교류와 국제 사회의 연대 활동을 소개했다.

교과서는 그중 한 사례로 "2012년 한국의 시민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일본의 시민단체인 ‘호쿠리쿠연락회’ 회원 등과 일본 도쿄에 있는 전범기업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하였다"면서, 한국과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이 함께 후지코시 본사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진을 싣고 있다.

한일 간 문제와 관련해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구체적으로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이 국적을 뛰어넘어 인권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에도 잔잔한 울림이 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비춰진다.

또한 한일 간 역사 갈등 속에서도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을 통해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역사 화해의 필요성을 균형 있게 인식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주목된다.

한편 한국사 교과서에 일본 시민단체 활동을 소개한 소식을 접한 ‘나고야 소송 지원회’ 고이데 유타카 사무국장은 "이번 소식이 우리단체 활동에는 큰 격려가 될 것 같다"면서 "한일 시민단체와의 연대가 더욱 진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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