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서전고 역사동아리 '혜움'에서 제작한 이상설 선생 순국일 바로잡기 관련 카드뉴스 일부. / 서전고 제공 |
동아리 혜움 "4월22일 아니라 4월1일" 한글·영문판 리플릿, 카드뉴스 제작
[더팩트 | 청주=장동열 기자] "오늘은 우리학교의 인물 이상설 선생의 잘못된 순국일을 얘기해보려 해."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특사로 활약한 보재 이상설(1870∼1917) 선생의 순국일이 4월1일과 4월22일 중 어느 쪽이 진짜인가.
이 질문을 하고 나선 학생들이 있다.
충북 진천의 서전고등학교 역사동아리 ‘혜움’(생각의 순우리말)이다.
서전고는 이상설 독립정신을 계승하는 학교다. 학교 이름도 이상설 선생이 설립한 최초의 신학문 민족교육기관 ‘서전서숙’에서 따왔다.
이 동아리는 ‘이상설 선생의 순국일이 지금까지 알려진 4월 22일이 아니라 4월 1일’이라는 8쪽 분량의 카드뉴스와 리플릿을 만들어 학교와 지역사회에 알리고 있다.
이 주장은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박 교수는 지난 2018년 ‘이상설 선생 순국 100주기 학술대회’에서 "보재의 순국일은 4월 1일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일제의 정보보고 문서와 매일신보 기사를 꼽았다.
박 교수는 "1917년 4월 4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대리가 외무대신에게 보고한 일제의 정보보고 문서에 의하면 선생은 4월 1일 니콜리스크 우스리스크시에서 병사한 것으로 돼있다"고 밝혔다.
또 "4월 10일 블라디보스토크 파견원도 선생이 폐질환으로 병원(대년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4월 1일 오후에 사망했다고 구체적으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매일신보 보도는 더 결정적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매일신보는 1917년 4월 17일자 2단 기사로 ‘이상설이 신병에 걸려 음력 윤 2월 10일 시베리아의 니콜라에프스크에서 사망했는데, 4월 15일 경성에 있는 아우에게 부음이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박 교수는 "1917년 윤 2월 10일은 양력으로 4월 1일"이라고 정리했다.
충북 진천 서전고 학생들이 제작한 이상설 선생 순국일 바로잡기 카드뉴스 일부. / 서전고 제공 |
그러나 그동안 학계와 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 지역 주민 등은 보재 순국일을 4월 22일로 알고, 매년 진천 충렬사에서 추모 제례를 거행해왔다.
올해 제례도 이날 열린다.
이는 선생의 순국일이 3월 2일이라고 한 일부 역사학자의 주장을 근거로, 이 날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전고 동아리 ‘혜움’은 이를 바로잡을 때까지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이서현 동아리 회장(3학년)은 "(잘못된 순국일이) 정정될 때까지 계속 활동을 하겠다. 이것이 역사 바로 세우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드뉴스와 리플릿 제작에 대해서는 "학생자치 신문에 기고된 기사를 본 뒤 동아리 회원들의 의견이 모아져 시작했다"며 "한글판으로 먼저 했고, 영어동아리 ‘다독다독’과 협력해 영문판 제작했다"고 했다.
이 학교 김관림 교사는 "혜움은 2017년 개교한 이래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우수동아리"라며 "(관련)카드뉴스, 니플릿을 제작해서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이상설 존’에 전시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지들은 합세하여 조국광복을 기필코 이룩하라. 나는 조국광복을 이루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니 어찌 고혼(孤魂)인들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은 모두 불태우고 그 재도 바다에 날린 후 제사도 지내지 말라."(이상설 선생 유언)
"선생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제사를 지내고 있다면, 그 날짜라도 정확히 하는 게 후손들의 도리가 아닌가요."
서전고 학생들의 작은 역사 바로 세우기가 어떤 결실을 맺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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