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침대서 떨어진 딸 방치, 숨지게 한 비정한 아빠 '징역 5년'
입력: 2021.03.31 14:01 / 수정: 2021.03.31 14:01
김해의 한 20대 남성이 몽유병으로 딸을 깨물어 생긴 상처를 숨기려다 딸을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만들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픽사베이
김해의 한 20대 남성이 몽유병으로 딸을 깨물어 생긴 상처를 숨기려다 딸을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만들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픽사베이

31일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항소심 선고...15개월 아기 방치, 육아 소홀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몽유병으로 15개월 된 딸을 깨물어 입힌 상처가 발각될 것이 두려워 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아빠 A(26)씨가 항소심에서도 원심을 유지해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제1형사부(민정석 반병동, 이수연 판사)는 3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 A씨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또 A 씨에게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판결문을 바탕으로 이 사건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그저 꿈이기를…" 경남 김해시에 거주하는 15개월 딸을 둔 20대 아빠 A씨는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딸의 주검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2017년, '아빠'라는 단어조차 어색한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찾아 온 생명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아내는 산후 우울증을 겪었고 가정의 불화가 심화됐다.

A 씨 역시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고 게임과 술로 현실에서 도망치는 삶을 살았다. 우울증, 자살 충동, 수면장애(일명 몽유병) 등의 증상을 앓던 A 씨는 결국 2019년 1월 아내와 별거를 시작했고, A 씨의 가정은 파탄의 길로 접어들었다.

결국 A 씨의 어린 딸은 조부모에게 맡겨졌다. 차라리 조부모의 보호 아래 지냈다면 새근거리는 숨결을, 보드라운 살결과 온기를 지켜줄 수 있었을까.

A 씨는 3달쯤 후 돌연 부모에게서 딸을 데리고 오면서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다. 별거 중인 아내가 "처가에서 딸을 데려와 잘 돌보고 있으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이날로부터 점차 뚜렷해지고 있었다. 그는 딸을 돌보지 않았다. 소홀했고 방임했다. 겨우 15개월된 어린 삶이 부모로부터 처절하게 내몰리고 있었다.

A 씨와 함께 지내면서부터 딸의 작은 몸 곳곳에는 피멍과 출혈 흔적이 늘어갔다. 작은 몸에 마치 곰팡이처럼 퍼져 나가는 상처를 확인하고도 A씨는 어떠한 치료도, 적절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몽유병을 앓던 중 깨물어 만든 그 상처들을 들키지 않으려 덮어두기 바빴다.

A씨는 딸을 철저히 삶에서 배제시켰다. 딸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했다가 새벽에 귀가하거나 함께 있는 동안에도 게임에 몰두해 육아를 소홀히 했다.

2019년 4월 2일, 아이는 그렇게 방치되어 오다 싸늘한 주검이 되어 A 씨를 마주하게 됐다. 결정적인 사건은 이틀 전인 그해 3월 31일 일어났다. A 씨의 거주지 안방 침대에서 낮잠을 자던 딸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머리를 부딪쳐 심각한 상처를 입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이는 정수리(마루)뼈에서 오른쪽 이마뼈를 지나 보습뼈와 연결되는 부위까지 골절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급성경막하출혈, 지주막하출혈, 뇌부종 등이 진행돼 오른쪽 눈은 심하게 붓고 오른쪽 볼과 광대 부위에도 피하 출혈이 발생하는 등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의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A 씨는 침대 아래 방바닥에서 울고 있는 딸을 발견하고도 눈에 피가 맺히고 부어오른 것을 확인하고도 병원으로 향하지 않고 모른 채 했다. 결국 아이는 이틀간 끔찍한 고통을 느끼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에 지난해 8월 13일 열린 1심 선고에서 창원지법 제4형사부(이헌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는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양육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피해자를 유기하였으며, 이로 인해 태어난 지 불과 15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피해자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삶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사망에 이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을 차마 가늠하기도 어렵다. 또한, 피고인이 우연히 일회적으로 양육 의무를 소홀히 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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