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애인체육회가 있는 해운대구 좌동 부산한마음스포츠센터 전경. /부산=김신은 기자 |
징계 의결 최종 승인 해놓고 "어떠한 권한도 없다" 발뺌
[더팩트ㅣ부산=김신은·조탁만 기자]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직원들이 수천만원의 공금을 유흥업소 등에서 흥청망청 쓰고도 '솜방망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3월 25일 보도) 부산시가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9일 부산시장애인체육회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직원 8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 이 중 A씨는 강등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2명은 회계질서 문란으로 감봉 3개월, 2명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감봉 1개월, 3명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경고를 각각 받았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장애인고용장려금과 일·학습병행제 지원금 수천만원을 공무수행과 관련없이 부당하게 사용했다.
<더팩트>가 입수한 2014년 7월~2019년 1월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장애인고용장려금 사용 명세서에는 1억6517만7406원의 지출 내역이 상세히 담겨 있다. 여기에는 시 장애인체육회 직원들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28차례에 걸쳐 부산과 경남, 대구, 서울 등의 유흥업소를 다니며 1500여만원을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다.
특히 A씨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허위 지출결의서를 작성해 560여만원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식대비 등으로 750여만원을 소비하는 등 총 1328만7030원 상당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 지난해 10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업무상 횡령 사실이 드러난 A씨는 통상 파면이나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부산시장애인체육회가 소속 직원의 횡령 논란이 일고도 징계령 개정 당시 '횡령' 부분을 추가하지 않아 A씨는 횡령을 하고도 징계를 감경받았다.
또 휴직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직원 모두가 징계를 받았는데, 인사위원회 관련 자료는 징계 당사자인 직원들의 소명을 토대로 사무처장이 최종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유흥업소 방문 횟수 등 혐의를 축소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인사위원회를 열면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 인사위에서는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 김철우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회의록은 공교롭게 작성하지 않았다"며 "사정상 작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산시장애인체육회가 공금을 부당하게 사용하고도 합당한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장애인체육회는 공직유관단체로 부산시장이 당연직 회장이다. 현재는 이병진 권한대행이 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부산시는 부산시장애인체육회의 인사, 감사 등의 여러 권한을 갖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부산시는 부산시장애인체육회의 임원 구성과 관련한 승인, 정기 감사 진행 등을 담당하고 있다"며 "실제 90% 이상의 운영자금을 시로부터 받고 있으니 부산시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 처무규정 제58조(징계)에 따르면 징계혐의를 받는 직원은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회장이 징계한다고 명시됐다. 따라서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직원 8명의 징계 의결도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최종 승인했다. '횡령'이 빠진 징계령 개정 당시에도 최종 승인을 한 사람은 부산시 파견 공무원이었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들이 부당하게 사용한 공금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원하는 예산이며 관리감독의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장애인장려금의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이다. 주는 곳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가 시 장애인체육회에 지원하는 운영자금은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시장애인체육회는 대한장애인체육회 부산지부"라며 "우리가 운영자금으로 국·시비를 지원하는 것 외엔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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