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흥비로 공금 탕진한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셀프 경징계' 논란
입력: 2021.03.25 15:18 / 수정: 2021.03.25 20:46
부산시장애인체육회가 있는 해운대구 좌동 부산한마음스포츠센터 전경. /부산=김신은 기자
부산시장애인체육회가 있는 해운대구 좌동 부산한마음스포츠센터 전경. /부산=김신은 기자

횡령 불구 '내부규정' 누락해 징계 감경...고의성 의혹

[더팩트ㅣ부산=김신은·조탁만 기자]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직원들이 수천만 원의 공금을 유흥업소 등에서 흥청망청 쓰고도 관련 징계 규정을 개정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더팩트> 취재 결과, 부산시장애인체육회는 지난달 9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직원 8명에 대해 징계 조치했다. 이 중 A 씨는 강등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2명은 회계질서 문란으로 감봉 3개월, 2명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감봉 1개월, 3명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경고를 각각 받았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장애인고용장려금과 일·학습병행제 지원금 수천만 원을 공무수행과 관련 없이 부당하게 사용했다.

특히 A 씨는 인사위에 앞서 2019년 6월 경찰 수사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지난해 10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앞서 A씨는 횡령한 돈을 모두 환수조치 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A 씨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허위 지출결의서를 작성해 560여만 원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식대비 등으로 750여만 원을 소비하는 등 총 1328만7030원 상당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업무상 횡령 사실이 드러난 A 씨는 통상 파면이나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A씨가 재직 중에 받은 상이 징계의 감경 사유가 됐다. 상훈법상 훈장 또는 포장을 받은 사람은 징계를 감경할 수 있다.

김철우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은 "A 씨의 강등 처분은 약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인사위에서 A씨가 상을 받은 부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산시장애인체육회를 제외한 16개시도 장애인체육회는 횡령을 저지른 경우 징계를 감경해 주지 않는다. 상위 기관인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횡령'은 징계 감경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16개 시도 장애인체육회가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지방공무원의 징계령을 표준안으로 내부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시장애인체육회는 소속 직원의 횡령 논란이 일고도 내부 규정 개정 당시 ‘횡령’ 부분을 제외하고 개정했다. 결과적으로 부산시장애인체육회가 '횡령' 부분을 내부 규정에 추가하지 않아서 A씨가 횡령을 하고도 징계를 감경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징계령 개정을 최종 승인한 사람은 부산시청 파견공무원이었다. 이에 대해 한 관계공무원은 "A 씨의 징계를 감안해 횡령 부분만 누락시킨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A 씨는 강등이 아니라 최대 파면까지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철우 사무처장은 "전임 사무처장 재임 시기에 개정 작업이 이뤄졌다. 개정 당시 횡령 부분만 빠진지 몰랐다"며 "일부러 그 부분만 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A씨 뿐만 아니라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징계 양형 기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휴직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직원 모두가 징계를 받았는데, 인사위원회 관련 자료는 징계 당사자인 직원들의 소명을 토대로 사무처장이 최종 작성했다.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유흥업소 방문 횟수 등 일부 혐의를 축소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시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당시 인사위원들은 징계 결정에 필요한 근거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고, 이들이 제출한 자료와 주장들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우리가 수사권이 없으니 당사자들의 양심에 맡겨 스스로 기록해서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원들 사이에서 징계 수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꽤 오래 오갔다"며 "그러나 중징계를 받아 직원들의 공석이 무더기로 생기면 업무상 차질이 빚어지는 점 등을 고려해 조율했다"고 전했다.

또 인사위원회를 열면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 인사위에서는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 김 사무처장은 "회의록은 공교롭게 작성하지 않았다"며 "사정상 작성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편 <더팩트>가 입수한 2014년 7월~2019년 1월 부산시장애인체육회 장애인고용장려금 사용 명세서에는 1억 6517만 7406 원의 지출 내역이 상세히 담겨 있다. 여기에는 A씨가 횡령한 공금 외에도 A씨를 비롯한 직원들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28차례에 걸쳐 부산과 경남, 대구, 서울 등의 유흥업소를 다니며 1500여만 원을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다.

2018년 7월에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133만원을, 11월에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유흥주점에서 165만원, 12월에는 해운대구 유흥주점에서 280만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이같은 유흥비 사용 내역에 대한 법적 처벌은 면했다. 현행법상 장애인고용장려금은 특정한 용도나 목적에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처벌 근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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