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노점상 재난지원금…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입력: 2021.03.23 15:16 / 수정: 2021.03.23 15:16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인근 포장마차 거리. 이들 노점상들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그림의 떡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조탁만 기자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인근 포장마차 거리. 이들 노점상들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그림의 떡'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조탁만 기자

[TF초점] 노점상 난색 이유는?..."사업자등록 시 되레 손해"

[더팩트ㅣ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최근 정부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난 사각지대'에 놓였던 전국 노점상에 지원금 지급 방침을 세웠으나 노점상들은 이를 반기지만은 않는다. 왜일까.

정부는 최근 19조5000억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안을 발표했다.

대상은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 690만명이다.

이 중 전국 4만개가량의 노점상도 포함됐다. 전국 노점상에 200억원을 투입한다는 게 골자다.

단, 조건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고 있고 사업자 등록을 한 노점상이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대상이 아니고,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은 노점상은 최근 매출 감소를 증빙할 서류가 있어야 한다.

이 조건들을 충족하는 노점상만이 생계지원금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한 지원책의 한계 탓에 노점상들은 재난지원금 투입 소식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부산엔 지자체가 관리하는 노점상만 4300여개가 있는데 대부분의 노점상은 사업자등록증 없이 운영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사업자 등록만 하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노점상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부산진구의 한 노점상 A씨는 "재난지원금 50만원을 한번 받는 것보다는 사업자 등록을 해 세금을 계속 내는 게 더 부담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점상 B씨는 "사업자 등록을 내면 지역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매달 10만원 이상 지출이 발생한다. 장기적으로 실익을 따져 보면 5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 게 결국 손해"라고 지적했다.

노점상 C씨는 "지자체 단속에 노출되는 점도 조금 꺼려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없어 생계 유지도 힘들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리 대상이 아닌 노점상은 이번 재난지원금을 받으려 해도 매출 감소 증빙 서류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조차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또 노점상을 운영하면서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는 사람의 경우 사업자등록증을 내면 수급액이 줄거나 수급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반면,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영업하는 소상공인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화장품 판매업을 하는 이모(40)씨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장사를 하는 사업자들 시각에선 형평성이 없다"며 "코로나19로 영세한 노점상들도 힘든 점은 이해한다. 그럼에도 현찰 장사를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세금도 안내는 일부 노점상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2년 동안 고깃집을 운영하다 폐업을 한 김모(39)씨도 "코로나 19로 손님이 뚝 끊겨 가게 문을 닫았다. 세금을 내고 장사하는 사람들 시각으로 볼 땐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 정부의 노점상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은 현장 목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탓에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을 하며 노점상을 운영할 사람이 과연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다른 지자체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며 "예산이 남아서 다른 사업비로 또는 다음 추경예산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관계자도 "노점상 대부분이 사업등록증 없는 비제도권에 속해 있다"며 "중앙정부 지침에 따라 진행할 계획할 수 밖에 없는 지자체의 한계도 있다"며 "다만, 부산진구청은 이와 별개로 코로나19 여파로 67일안 영업을 하지 못한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인근 포장마차를 대상으로 도로점용료 감액 등 지원 대책을 검토 중이다"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노점상 양성화’를 감안한 재난지원정책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지원해 주는 건 좋은 취지"라며 "다만 노점상들도 앞으로 투명한 과세를 위해 협조해야 하고, 이 또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정부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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