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미얀마 네트워크 회원 100여 명이 21일 유스퀘어 광장(서구 광천동' 에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광주=박호재 기자 |
광주 미얀마 네트워크 '뮤네자' 대표…내전 막으려면 UN 즉시 개입해야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지지한다!" "군사 쿠데타 물러나라!"
21일 오후 2시, 차가운 바람결이 거센 광주 유스퀘어 광장(서구 광천동)에 울려 퍼진 미얀마 이주 노동자들의 힘찬 구호가 행인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100여 명의 광주 미얀마 네트워크 회원들이 펼친 이날 집회에는 정의당 광주 시당 당원들이 함께 했다.
오후 4시 경 집회가 해산될 무렵 미얀마 현지 상황과 광주 네트워크의 투쟁 현황을 좀 더 소상히 알기 위해 미얀마 네트워크 묘네자 대표(이주 노동자, 마구레이 출신)와 유학생인 마웅(여, 야메틴 출신)과 샤샤(여, 양군 출신)를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묘네자는 한국에 온 지 5년 됐으며, 두 유학생은 2년째를 맞고 있다.
미얀마 현지의 피해 상황을 묻자 묘네자 대표는 "군대의 발포로 현재 600명 이상이 희생당한 걸로 알고 있다. 사망자 수는 더 많으리라 본다. 군인들이 밤에 가택에 침입해 남자들을 사살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알려지지 않은 희생자도 많을 것이다"고 밝혔다. 마웅은 "친구가 고무탄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고 말했다.
묘네자는 미얀마가 갈수록 고립되고 있어 국제사회의 개입이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묘네자는 "14일부터 모바일 통신이 잘 안된다. 와이파이로 현지 소식을 겨우 전해 듣고 있지만, 미얀마의 와이파이 네트워크 기반이 너무 빈약해 고립이 가속화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광주 미얀마 네트워크 묘네자 대표(사진 오른쪽)는 "미얀마 민족민주동맹(NLD)이 소수민족 무장세력과 연합해 구데타 세력과 무장투쟁을 벌이는 계획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얀마는 내전으로 치닫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UN의 개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광주=박호재 기자 |
묘네자 대표는 이번 쿠데타가 군부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규정했다. 묘네자는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수치고문이 이끄는 NLD(민족민주동맹)가 의회 의석 83%를 획득했다. 개헌을 통해 의석 25%를 군부가 자동적으로 점유하는 구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이번 쿠데타는 이러한 상황을 두려워하는 군부가 권력 연장을 위해 일으킨 것이다"고 쿠데타의 본질을 지적했다.
묘네자 대표는 "이제 미얀마는 군부와 어설픈 합의를 통해 다시 군부의 과도한 특권을 보장하는 현행헌법이 유지되면 미얀마의 미래는 없다. 군부 세력은 이제 완전히 축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향후 긍정적인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묘네자 대표는 두 가지의 휘망섞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로 "UN이 평화유지군 투입과 같은 형태로 미얀마에 군사력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부의 학살은 계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두 번째는 "군부를 지지하는 중국의 반대로 UN이 개입할 수 없다면, NLD가 10여개의 소수 민족 무장세력과 연합해 군부와 무장투쟁을 벌이는 것이다"고 예측하면서 "현지 소식으로는 이미 NLD의 지도자들이 이들 무장세력들과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묘네자 대표는 "그렇게 되면 미얀마는 내전에 돌입한다. UN의 개입이 시급한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묘네자 대표는 "미얀마 국민은 시민불복종 운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완전한 군부 세력 축출을 위해 미얀마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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