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모 대학교, 관급공사 수기입찰 조작 의혹
입력: 2021.02.26 15:06 / 수정: 2021.02.26 15:06
전북 익산시 A 대학교가 관급공사를 수기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낙찰의 당락을 결정하는 예정가격 추첨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입찰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익산=이경민 기자
전북 익산시 A 대학교가 관급공사를 수기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낙찰의 당락을 결정하는 예정가격 추첨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입찰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익산=이경민 기자

"이번 입찰은 복권 추첨하면서 당첨번호 공개하지 않고 당첨자만 발표한 경우와 같아"

[더팩트 | 익산=이경민 기자] 로또 추첨을 진행하면서 당첨번호 공개를 하지 않고 당첨자만 발표한다면 어떨까? 전북 익산시 모 대학교 관급공사 개찰 과정에서 이 같은 황당한 일이 벌어져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A 대학교가 관급공사 낙찰의 당락을 결정하는 예정가격(이하 예가) 추첨 결과를 현장에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6일 A 대학교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2시께 대학 회의실에서 ‘[긴급] 강의실 및 실습실 환경개선 공사’ 현장 입찰을 진행했다.

기초 조사 금액은 1억 9204만5000 원이며, A 대학교 교내 강의실과 실험 실습실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다.

논란은 현장에서 개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A 대학교 담당자가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뽑은 예가 3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비롯됐다.

예가 추첨은 공무원 유착 등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시스템으로, 낙찰 하한가를 정한 뒤 3% 전후로 10개의 예가를 만들어 입찰 대상자들이 추첨을 진행한다. 추첨을 통해 뽑은 3개 예가의 평균가가 최종 낙찰 하한가가 되며, 관급공사는 낙찰 하한가와 가장 근접한 상위 가격을 써낸 건설 업체가 공사를 따내는 방식이다.

결국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은 ‘복권 당첨’ 행운과 비슷한 예가 추첨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에 추첨한 숫자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조달청에서 진행하는 나라장터 전자 입찰의 경우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가 뽑은 예가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A 대학교는 건설업체들이 추첨한 숫자(예가)를 공개하지 않고, 1등 업체만 발표한 후 입찰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개찰에 참여한 건설업체 관계자 B 씨는 "추첨 예가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A 대학 담당자는 ‘투명하게 진행하니 걱정하지 마라’며 묵살했다"라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대부분 전자입찰로 진행하는데, 거리 두기에 따른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에도 A 대학은 긴급하게 현장에서 수기입찰을 진행한 것이 수상하다"고 입찰 비리 의혹을 주장했다.

입찰에 참여한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C 씨는 "A 대학교 담당자가 추첨한 예가를 발표하지 않아 현장에서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거부했다"면서 "이번 일은 복권을 추첨하면서 당첨 번호는 공개하지 않고 1등 당첨자만 발표한 경우와 같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해 보면, 예가 추첨 번호 결과에 따라 관급공사 낙찰자가 달라지지만, A 대학 측에서 건설업체들이 추첨한 예가를 현장에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령 조작을 했다고 해도 증거가 오염돼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A 대학교 입찰 담당자는 <더팩트>와의 첫 전화통화에서 "개찰 시 (추첨)예가를 공개했다"고 허위 해명을 했다.

조달청 전문위원은 "전자입찰이나 수기 입찰 모두 투명한 입찰을 위해 예가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자입찰의 경우 추첨 예가 번호뿐만 아니라 금액과 등수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문위원은 "1억이 넘는 관급공사를 왜 현장에서 수기로 했는지, A 대학교가 건설업체들이 추첨한 예가를 무슨 근거로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 대학교 관계자는 "이번 개찰 시 건설업체들이 추첨한 3개의 예가를 현장에서 공개하지 않았지만, 투명하게 진행했고 조작은 없다"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고려해 예가 추첨 시 앞으로 현장에서 공개 하겠다"고 해명했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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