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문예회관 리모델링 247억 투입, 지역 예술가들 ‘지각없는 예산’ 공분
입력: 2021.02.23 20:33 / 수정: 2021.02.23 20:33
광주시가 문예회관 리모델링에 247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 예술인들이 작가들 생존위기 내몰린 상황에서 지금 문화예산을 그런 데 쓸 상황이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문화예술회관 전경./광주광역시 제공
광주시가 문예회관 리모델링에 247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 예술인들이 작가들 생존위기 내몰린 상황에서 지금 문화예산을 그런 데 쓸 상황이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문화예술회관 전경./광주광역시 제공

코로나 직격탄에 작가들 생존 위기 심각…문화예산 지금 그런 데 쓸 상황인가 ‘발끈’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문화사를 돌이켜볼 때, 감염병과 예술가들은 낯선 관계가 아니다. 19세기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에서 예술가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은 결핵이었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예술가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해 9월~10월,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하 문광원)이 예술인 1,223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들의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전체 피해규모가 1조 5천700억원에 달할 정도다. 공연예술 분야의 소득손실은 6천 600억 원으로 제일 규모가 크다.

미증유의 생존위기를 맞은 예술인들은 정부와 지자체에 비상구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 관계 당국이 다양한 분야의 언컨텍트 온라인 미디어 프로젝트 지원을 통해 긴급수혈에 나섰지만, 비대면 콘텐츠 수익이 발생한 경우는 31.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술가들은 보다 직적접인 지원에 목말라있는 것이다. 문광원 조사결과를 보면 88.6%의 예술가들이 생계지원‧긴급 복지지원‧창작비용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예술인들의 이러한 총체적 위기 국면 속에서 광주시가 문화예술회관(이하 문예회관) 리모델링에 247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 예술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역 예술인들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판에 지금 굳이 그런 돈을 써야 하느냐는 비난이 격해지고 있다.

연초에 광주문화예술회관(관장 성현출·이하 회관)은 개관 30년만에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리모델링 설계를 마쳤으며, 국비 20억원, 시비 227억원 등 모두 247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대·소극장 무대장비 및 기계장비 교체, 주차장 정비 등 단계적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후장비, 석면 등 철거 작업을 먼저 시작할 예정이며, 본격적인 리모델링은 오는 3월부터 시작된다.

이에 대해 시각예술에 종사하는 A 작가는 "광주시의 철없는 예산 운영에 한숨이 나온다. 지금 지역 예술인들이 겪는 고통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뭣이 중헌디?’ 라는 유행어가 딱 들어맞는 어리석은 행태다"고 비꼬았다.

청년예술단체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는 청년 작가 B씨는 "광주시가 문예회관 리모델링에 쓰겠다는 247억원은 지난 해 문체부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청년예술가들에게 지원한 429억원의 절반을 훨씬 넘는 예산이다"고 밝히며 "앞뒤가 안맞는 광주시의 말뿐인 청년작가 지원에 헛웃음이 나온다"고 격하게 비난했다.

실제로 다채로운 공연·전시를 선보이고 작품을 판매하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청년 예술가들의 삶터였던 '대인예술야시장'은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면서 청년 작가들의 창작 열기가 생존위기와 함께 고갈돼가고 있는 중이다.

문예회관 부속건물에 입주해있는 예술단체 임원 C씨는 "회관 리모델링이 필요한 사업이긴 하다. 사무실 곳곳에서 비가 새고, 허물어져 가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사업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어려움에 처한 예술가들의 입장에선 긴급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침상을 먼저 고쳐주는 우매한 행정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리모델링 사업은 문예회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노후화된 건물을 새롭게 단장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사업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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