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모(39)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픽사베이 |
[TF전말] 법원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 징역 30년 선고
[더팩트ㅣ윤용민 기자·제주=문지수 기자]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전 여자친구를 감금·강간한 뒤 살해하려 한 3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이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지난 18일 1심에서 징역 30년이라는 사실상 법정 최고형이 선고된 '제주 스토킹 살인 미수 사건'을 경찰 수사 결과와 판결문을 토대로 재구성해봤다.
당초 이 사건은 이별을 통보한 전 애인에게 앙심을 품은 30대 남성이 저지른 우발적 범행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건 전말은 달랐다.
지난해 3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강모(39)씨는 그해 6월 중순 무렵 우연히 A(28·여)씨를 알게 돼 교제를 시작했다.
A씨에게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강씨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A씨를 때렸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가슴을 밟는 건 예사였다. 휴대전화와 전선, 프라이팬 등 손에 잡히는 건 뭐든지 몽둥이가 됐다.
딱히 이유도 없었다. 폭행을 못 견뎌 도망치면 이후 더 심한 폭행을 당해야 했다.
그렇게 무지비한 폭력에 시달리던 A씨가 지난해 10월 말 이별을 통보하자 강씨는 무서운 결심을 했다.
A씨를 납치하고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한 것.
강씨는 11월 3일 오전 8시께 A씨를 찾아가 제주시내 자신의 주거지로 끌고갔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따라오지 않으면 네 사촌언니를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곳은 지옥이었다. 강씨는 우선 A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옷을 모두 벗긴 뒤 손과 발을 묶어 무릎을 꿇게 했다.
그러곤 약 사흘간 각종 폭행과 필설로 형언하기 어려운 '성적 가학행위'가 이어졌다.
A씨가 용서를 빌자 강씨는 "맞아 죽기 싫으면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기 호스로 목을 매라, 그래야 끝난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기도 했다.
빈사상태에 빠진 A씨는 "번개탄을 사달라"고 요구했고 강씨가 마트에 간 사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당시 A씨는 갈비뼈가 부러졌고 비장이 파열된 상태였다.
강씨는 A씨가 달아난 사실을 알고 도주 행각을 이어가다 11월 8일 경찰에 체포됐다.
수사 과정에서 강씨는 과거 강간상해죄와 특수상해죄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두 차례나 복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25년을 구형했고, 강씨는 이어진 최후진술을 통해 "미안한 마음도 없고 할 말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1심을 맡은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나 반성하고 있는지 매우 의문"이라며 검찰 구형량보다 5년 높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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