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토막내고 직접증거 있냐고?…'영화 범죄도시 현실판' 중국동포 유동수
입력: 2021.02.06 07:00 / 수정: 2021.02.06 07:00
수원지법 형사15부(조휴옥 부장판사)는 4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동수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뉴시스
수원지법 형사15부(조휴옥 부장판사)는 4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동수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뉴시스

[TF전말] 법원 "거짓 메모로 기망까지" 분노의 판결…징역 35년 선고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이제 인생 끝났어요. 나는 만난 적도 없는데 형사들하고 검사들이 다 조작했어요."

지난 4일 오후 2시 30분께 수원지법 301호 법정. 옛 연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유동수(50)가 징역 35년을 선고받자 이같이 소리쳤다.

정말 그는 범인이 아닌걸까. 아니면 수사 기관이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마지막까지 억지를 부리는걸까.

'용인 토막살인 사건'이라 명명된 이 사건을 경찰 수사 결과와 1심 판결문을 토대로 재구성해봤다.

사건은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7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동포인 유동수는 퇴근 후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먼저 자리를 떴다. 그러곤 자신이 사는 용인시 처인구 한 원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날 내연관계에 있던 김모(41·중국 교포)씨와 만날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김씨는 같은날 오후 9시 51분께 유동수의 원룸에 들어갔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

◆그녀의 휴대전화 번호로 온 수상한 문자

김씨가 유동수의 집에 들어간 다음날 새벽 1시 42분에서 44분 사이 김씨의 휴대전화 계정으로 '친구를 간병하러 대전에 내려왔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송됐다. 수신인은 그녀의 직장동료와 외삼촌이었다.

같은 시각 김씨가 당시 사귀던 남성 A씨 역시 김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찍힌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끝내자, 연락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문자를 받은 외삼촌 등은 이후 수사 기관에서 "(해당 메시지는) 평소와 너무나 다른 말투였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A씨는 김씨가 원룸에 들어간 직후인 오후 10시 1분까지도 아무런 문제없이 일상적인 통화를 주고 받은 상태였다.

경찰과 검찰은 25일 10시 1분에서 다음날 오전 1시 42분 사이에 1차 범행(살인)이 이뤄진 것으로 결론내렸다.

◆CCTV에 찍힌 유동수의 이상한 행적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동수는 26일 오전 4시 14분부터 27일 오전 8시 11분까지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 인근에 있는 경안천까지 수 차례 왕복했다. 나갈 때는 가방을 메고, 들어올 땐 맨 몸이었다.

집 안에 있던 이불과 베개,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는 비닐봉지 등을 의류수거함과 분리수거장에 버리는 장면도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유동수의 행적을 추적한 경찰은 같은 달 29일 경안천변 산책로 일대에서 훼손된 김씨의 시신 등을 발견했다. 유동수가 버린 이불 등 각종 물품에선 김씨의 DNA가 검출됐다.

유동수는 이와 관련해 법정에서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긴) 김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김씨가 사준) 물건을 버린 것일 뿐인데, 경찰이 DNA 등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증제1호 진범의 메모?…거짓말 그리고 판사의 분노

유동수가 주장하는 무죄의 강력한(?) 증거는 진범이 자신에게 건넸다는 '메모지'다.

유동수는 지난해 12월 4일 열린 이 사건 4차 공판에서 "검찰조사를 받은 다음날 아침 상의 앞주머니에서 메모지를 발견했다"며 "진범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사체손괴에 사용한 도구를 은닉한 장소를 알려주며 사과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를 살해한 진범이 지난해 8월 유동수의 체포 장면을 목격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에게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메모를 건넸다는 것이다.

유동수는 실제 이 메모지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 메모를 유동수가 스스로 작성했거나 누군가에게 해당 내용을 쓰도록 지시해 만든 것으로 보고 그를 강하게 질책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동수 "직접 증거 없다"…법원 "그래도 징역 35년"

유동수는 재판 내내 "김씨를 살해하고 그 사체를 손괴하는 데 사용된 도구, 살해 장면이 찍힌 영상물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살인의 직접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유동수가 버린 일부 물품에서 김씨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것도 그가 주장하는 무죄의 또 다른 근거다.

검찰은 "CCTV 분석과 DNA 감식 등을 통해 범행이 이렇게 확실한데도 변명으로 일관하고 유족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을 맡은 형사3부 조휴옥 부장판사는 직접증거가 없는 사건인 만큼 유죄 판단 이유를 약 30분에 걸쳐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증거가 없다면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그와 같은 심증은 직접증거만이 아닌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않는 간접증거에 의해서도 형성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직접 증거는 없지만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충분히 살인죄가 인정된다"며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당일 피해자를 만난 사실조차 부인하면서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변명만으로 일관했다"며 "심지어 이 법정에서는 메모지를 건네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적극적으로 법원을 기망하려는 태도마저 보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범행에 대한 참회나 반성,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애도나 사죄의 감정은 찾아볼 수 없다"며 "범행의 중대성과 범행 방법의 잔혹성, 범행 이후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장기간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할 수 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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