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신과 의사 살해 60대 환자 '징역 30년'…'임세원법' 아닌 '살인죄' 처벌 이유는?
입력: 2021.01.22 10:52 / 수정: 2021.01.22 10:52
부산 북구 화명동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60대 환자가 50대 의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병원 입구. /부산=조탁만 기자
부산 북구 화명동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60대 환자가 50대 의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병원 입구. /부산=조탁만 기자

'의원급 병원' 해당 안돼…법원 "임세원법보다 양형 무거운 살인죄 적용"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부산의 한 정신과 병원에서 퇴원 지시에 불만을 품고 의사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60대가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에는 의료인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임세원법’이 아닌 살인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돼 살인죄가 적용됐다.

◇‘퇴원 지시' 불만 품고 흉기 휘둘러 살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양민호 부장판사)는 21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1)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려 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은 바, 형법이 유기징역형에서 정한 최장의 기간 동안 사회에서 격리시켜 사회 일반의 안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피고인으로 하여금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갖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5일 부산 북구 화명동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50대 의사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품속에 30cm 길이의 흉기를 숨긴 채 진료실에 들어가 B씨의 가슴과 복부 등에 수십여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119 구급대는 B씨를 급히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옮겨지만 끝내 숨졌다.

이후 A씨는 진료실을 빠져나와 휘발유를 병실에 뿌리고 창문을 깨는 등 소란도 피웠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화 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리고 10층에 있는 병원의 창문에 매달려 대치하던 A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A씨는 B씨의 퇴원 권고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지난 6월쯤부터 조울증 증세를 보인 A씨는 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병실서 담배를 피우는 등 병원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퇴원을 권고한 의사에 앙심을 품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A씨가 범행 당일 인근 가게에서 범행에 사용한 흉기 및 인화물질 미리 구매한 정황도 확인됐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A씨의 이런 정황을 토대로 ‘계획 살인’로 규정한 뒤 '임세원법'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임세원법’ 적용하지 않고 더 무거운 ‘살인죄’ 적용

지난 2018년 12월 서울 강북삼성병원. 30대 환자가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흉기를 휘둘러 의사를 숨지게 했다. 의사의 이름이 ‘임세원’이었다.

이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받았고 국민들은 공분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월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에서도 환자가 정신의학과 의사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연스레 ‘의료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임세원법'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임세원법을 피해갔다.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환자가 의사를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강력한 법의 잣대를 적용한다는 법의 ‘큰 틀’에선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임세원법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구형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 법을 세밀히 들여다보면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병원급에만 해당된다.

이번 사건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은 7병실, 49병상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일각에선 영세한 의원급 병원은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고심 끝에 "A씨가 처음부터 직접 흉기를 휘둘러 살인을 저질렀다. 살해 의도를 가진 것이다. 임세원법보다 양형이 무거운 살인죄를 적용했다"며 "또 유족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유족들은 피고인의 엄벌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hcmedia@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