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헤어진 여자친구가 만나주지 않는다며 겁을 주기 위해 여친 집에 불을 지르려 했으나 엉뚱한 사람의 집에 불을 질러 방화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픽사베이 |
피고인 "겁만 주려 했을 뿐 고의성 없었다"…법원 "자칫 큰 위험 초래"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지난해 9월 21일 야심한 시간, 경남 김해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고요한 적막을 깨는 때아닌 소란이 일어났다.
복도식 아파트 구조상 부엌에 딸린 작은 창문이 바로 복도로 연결되는 아파트인 이곳에 활활 타오르는 천가방을 누군가 부엌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던져 넣은 것이다.
범인은 바로 얼마 전 여자친구와 이별을 한 A씨(51)였다. 그는 만취한 상태로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신과 만나주지 않아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실행했다.
그러나 문제는 A씨가 불타는 천가방을 던져넣은 그 집이 A씨와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이 아닌 엉뚱한 사람의 집이었다는 것.
라이터를 손에 쥐고 비틀비틀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간 A씨가 술에 만취한 바람에 아파트 동과 호수를 착각한 것이다.
다행히 집 주인은 밖에서 전해오는 묘한 기운에 잠이 깨 싱크대에서 불이나고 있는 것을 빨리 발견하고 진압해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여자친구에게 겁만 주려 했을 뿐 진짜로 집에 불을 지르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범행에 고의성이 없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은 창원지법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아파트에 방화를 시도해 인명 또는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해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다행히 별다른 피해가 없고 원만하게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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