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메가시티 구상도. 부산·울산·경남을 묶어 글로벌 성장이 가능한 인구규모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권역 연계발전 방안인 '동남권 메가시티'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경남도 제공 |
동남권 메가시티 4대 전략…행정공동체·생활공동체·경제공동체·문화공동체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경남=강보금 기자]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대로라면 자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절반이 소멸한다."
지난 2014년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마스다 히로야가 발표한 '마스다 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마스다는 이 보고서를 통해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의 제1수도인 도쿄는 지방 인구를 빨아들이면서도 재생산은 못하는 인구의 블랙홀이며,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점차 감소해 결국 수도권 인구도 줄어들고 지방은 형체없이 소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방 소멸'은 과연 먼 나라의 이야기일까.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 중심의 수도권은 지난해 인구 수 2591만 명을 기록하며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수도권 과밀도 현상으로 부동산, 교육, 인구 등 여러 분야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지방 소멸 위험지수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시·군·구의 46%가 소멸 위험에 놓여있으며 이 가운데 92%가 비수도권, 즉 지방이다. 특히 경남은 18개 시·군 중 절반이 넘는 12곳이 소멸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령군 등 5곳은 '고위험 지역', 창녕군 등 7곳은 '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앞으로 3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앙과 지방이 수도권 일극주의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동남권 메가시티(행정구역통합 정책)'라는 대안을 내놨다는 점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메가시티 구축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 전략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행정공동체', '생활공동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 등이다. /경남도 제공 |
◇2022년 '동남권 특별연합' 출범 목표
동남권 메가시티란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부산·울산·경남을 하나로 묶은 메가시티(제2의 수도권)를 구축으로 지역을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다. 시도 단위를 벗어나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권역별 균형발전 전략으로, 대도시-인근 거점도시-주변 중소도시-농산어촌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형 지역발전 대응책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2015년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선포한 부산비전 2030의 '그레이터(Greater) 부산' 프로젝트를 통해 지자체 차원에서 처음으로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동남권을 제2의 메가시티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2019년 이후 동남권 메가시티가 공론화 돼 논의되면서 본격 궤도에 올랐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크게 '행정공동체', '생활공동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로 추진 방향이 잡혔다.
우선 '행정공동체'는 부산·울산·경남을 연결해 하나의 특별지방자치단체(특별연합)로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특별연합의 발판이 마련됐다. 지난 11일에는 동남권특별연합추진단을 발족했으며 오는 2022년 동남권 특별연합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울경은 광역교통망 구축으로 동남권을 1시간 내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생활공동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전동열차 병행 운행,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남부내륙철도 건설 등으로 광역철도를 연결할 방침이다. 또 통영-거제 국도 5호선, 부산신항-김해JC 고속국도 건설 등 광역도로 개설도 추진 중이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와 부울경 통합 광역환승할인제 도입 등 대중교통체계 구축도 포함된다.
이 밖에도 동북아 물류 허브 구축과 동남권 수소경제권 구축 등으로 이룰 '경제공동체', 아시아 문화허브 조성, 동남권 낙동강 생태 인문 관광벨트 구성 등 '문화공동체'로 나아갈 사업들이 마련됐다.
지난해 7월 6일 국회에서 진행된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두번째부터)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손을 맞잡고 있다. /경남도 제공 |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추진력 얻은 동남권 메가시티
2021년 들어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을 위한 부산과 경남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졌다. 지난해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화하면서 특별지방자치단체에 기폭제가 달린 것이다.
이에 부산시와 경남도는 지난 4일 동남권전략기획과 내에 메가시티팀을 신설하는 등 전담인력도 꾸렸다. 메가시티팀은 광역연합 추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행정통합을 위한 행정팀과 협력할 방침이다. 다만, 울산시는 아직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 부울경은 1월 중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세종시에서 광역연합 설치 관련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간담회에서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규모와 방식 등을 논의한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 진행 중인 '동남권 발전계획 수립 공동연구' 결과가 오는 3월 말 나올 예정이다. 이 연구결과를 통해 4월 중 공동추진본부를 구성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부산 쏠림'·시민인식 개선 등 풀어야 할 과제 많아
동남권 메가시티 정책 추진의 가장 큰 목적은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부산·울산·경남을 하나로 묶어 제2의 수도권을 구축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을 제2의 수도로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부산 쏠림' 현상을 문제제기 하고 있다. 이는 가덕도 신공항, 부산신항(진해항), 교육 인재육성 환경 등 대규모 인프라는 모두 부산으로 몰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에는 교육 인프라가 여느 지자체보다 확연히 부족하다. 부산시에는 의대 4곳(인제의대 부산병원), 한의대, 로스쿨 2개 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경남에는 달랑 의대가 1곳 뿐이다. 인구가 경남의 절반인 전북에도 의대 2곳, 한의대 1곳, 로스쿨 2곳이 있어 경남의 교육 인프라 부족현상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에 사업의 배분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부울경 시민들의 동남권 메가시티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는 문제점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지난해 12월 지방분권부산시민연대가 주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울경 메가시티(광역연대) 추진방향에 대한 지역주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부울경 주민 10명 중 6명꼴로 '동남권 메가시티'라는 단어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부울경이 서로 협력을 잘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27.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중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행정구역이 달라서'가 30.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역 이기주의'를 이유로 꼽은 사람은 25.8%, '산업의 연관성 부족'을 문제점으로 삼은 사람이 24.7%로 나타났다.
수도권 일극주의의 부작용을 청산하고, 지자체의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동남권 메가시티'가 제안된 만큼 지자체와 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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