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부산시장 보선 어디로?<하>] 여야 후보들 대화를 엿듣다
입력: 2021.01.08 14:06 / 수정: 2021.01.08 14:06
국민의힘 박형준, 이언주, 이진복, 전성하 등 예비후보와 진보당 노정현 예비후보, 민주당 김영춘 전 국회사무총장(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국민의힘 박형준, 이언주, 이진복, 전성하 등 예비후보와 진보당 노정현 예비후보, 민주당 김영춘 전 국회사무총장(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부산경제·안전' 공약 많아…보선 배경 두곤 여권 '반성' VS 야권 '심판론'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오는 4월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역대 보선과 비교할 때 후보들이 유독 많다.

출마를 선언하거나 또는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여야 후보만 10여명에 달한다. 후보들이 난립한 탓에 경선 전부터 '혼탁' 양상마저 보인다.

부산은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불과 3개월가량 뒤면 부산의 미래를 책임질 수장을 뽑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후보가 부산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있는지 정도는 반드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에 예비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거나 출마 채비를 갖춘 후보들의 생각을 엿들었다. 대상은 국민의힘 박형준, 이언주, 이진복, 전성하 예비후보와 진보당 노정현 예비후보, 민주당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이다.

- 후보들이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이것만은 꼭 실현하겠다는 공약이 있나.

박형준 : 지·산·학 협력체제 구축을 통한 산학협력도시 ‘데우스밸리’ 조성을 꼽고 싶다. 부산의 24개 대학을 살려서 인재들을 양성하고 여기서부터 기업투자가 시작되는 경제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청년이 부산을 떠나는 것을 막고 부산경제를 다시 뛰게 할 것이다.

이언주 : 코로나19 대책, 여성정책, 일자리창출 등이다. 부산시장에 당선되면 우선 1년 임기로 일을 해야 한다. 1년 동안은 계획을 세우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즉, 열심히 준비하고 계획해 나가되 정권교체를 통해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것이 부산이 변화하는 첩경이다.

이진복 : 제1호 공약인 ‘스마트 신씨티’ 조성이다. 한국 제1의 해양수도라는 부산만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로서 사계절 관광이 가능한 부산과 밤바다를 살린 세계적으로 특화된 부산만의 관광자원을 개발하면 경제적 파급효과 5조원, 일자리 5만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전성하 : 공영 데이터센터와 데이터거래소를 구축해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이른바 ‘데이터 시티’를 구축하고 싶다. 미래의 가치는 데이터다. 데이터 가치화는 다양한 부가산업을 육성할 수 있고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삶의 질 또한 높일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

노정현 :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는 꼭 이뤄내고 싶은 공약 중 하나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미군 세균실험실의 존폐 문제는 시민의 생명안전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첫걸음으로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 국제우편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균실험실 폐쇄를 요구했다.

- 자신이 부산시장이 되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꼽는다면.

박형준 : 부산시장‧서울시장 보선은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고, 야권을 지지하는 보수와 중도 성향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담아내는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또 4차산업 혁명과 팬데믹이 동시에 몰아친 시기에 혁신적 민주적 리더십으로 부산의 미래를 바꿔갈 수 있는 경험과 일머리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그 적임자임을 자처하는 바다.

이언주 :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권 4년과 오거돈 시정 3년을 심판하는 선거다. 오거돈 시정은 부패와 추행으로 얼룩져 있다. 민생경제 파탄도 심각한 상황이다. 실물경제 전문가로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현장에서의 시민들하고 호흡해 부산경제를 살려내겠다.

이진복 : 지금 부산 시정은 9개월째 멈춰서 있다. 부산인구도 이미 340만명대가 붕괴됐고, 부산의 젊은이들이 최근 5년 동안 5만여명이 부산을 떠났다. ‘위기의 부산’으로 전락해 버렸다. 부산의 미래 희망을 설계하고, 미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전성하 : 지금 부산은 하드웨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디어가 담긴 공약들이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저의 공약은 모두 지금 시행 가능하다. 큰 예산도 들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의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위험에 빠지고 있는데, 재정을 보수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만큼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은 시작하기 힘들다.

노정현 : 촛불혁명으로 대통령도 바꾸고 시장도 바꿨지만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당연한 요구조차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옛말처럼 새로운 정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창조할 수 있다. 특권과 관행에 물들지 않은 정치, 촛불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를 시민들과 함께 창조하고 구현해 나가겠다.

김영춘 : 앞으로 부산이 재도약하느냐, 소멸하느냐가 결정될 시기에 직면해 있다. 이번 부산시장은 새로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설정한 뒤 이를 위한 기반들을 힘있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비전이 있다. 부산을 세계 도시들과 독자적 비즈니스를 하는 동북아시아의 싱가포르로 만들겠다. 비전 설계도 자신이 있다. 정부 여당과 함께 이런 작업들을 힘있게 추진할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 본인만의 강점은 뭔가.

박형준 : 저만의 강점을 꼽으라면 ‘생각의 힘’을 들고 싶다. 시민운동도 하고 이념적으로 ‘보수‧진보’도 잘 알고 언론사 기자 생활도 해봤다. 대학교수 생활도 했고 청와대서 일한 경험도 있으며 국회 사무총장도 지냈다. 남들보다 더 풍부한 경험 덕분에 생각의 힘을 갖고 있다. 주변에서 '미스터 합리주의자'라는 칭호를 괜히 불러주는 게 아니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리더로서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언주 : 글로벌 도시이자 태평양 도시국가로서의 부산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식견과 경륜을 갖췄다. 30대 중반에 국내 30대 기업 상무에 올랐을 정도로 실물경제 현장에서의 경험 덕분에 지금의 ‘경륜과 업적’을 일궈냈다. 싱가포르 유학, 노스웨스턴대 석사 등 국제적 감각도 갖췄다. 그동안 정치 현장에서 글로벌 감각과 실물경제 현장의 감각도 갖춰기에 리더로서 손색이 없다.

이진복 : 강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통합의 리더십’이다.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하면서 여러 시민들을 만났다. 우리당을 지지했던 많은 분들이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당 쪽으로 옮겼다. 이런 시민들이 최근 이 정권이 하는 것을 보고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이진복이 나서 준다면 함께 하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이 저의 가장 큰 강점이다.

전성하 : 지치지 않는 체력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 그리고 미래산업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부산을 바꿀 수 있는 젊음의 패기가 저의 강점이다.

노정현 : 주권자인 시민이 좋아하는 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다. 그 소신을 지켜왔기 때문에 보수텃밭 부산에서 진보정당 소속 재선 구의원으로 일해 올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시민의 역동성을 믿는 리더십이다. 부산 최초의 친환경 급식지원조례로 급식쌀을 친환경 무농약쌀로 바꿔내고 정화조업체 비리를 파고들어 소중한 혈세를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시민들과 함께 한 덕분이었다.

김영춘 : 해양수산부 장관은 단순한 국무위원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진해운 파산으로 힘들어진 해운산업을 그야말로 재건했다. 지난 25년간 쇠퇴해 온 부산경제를 살릴 수 있는 추진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양수산부는 북항재개발 등을 포함해 많은 부분에서 부산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추상적인 정치적 이념이나 슬로건만을 내세우는 후보들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부산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자신한다.

- 이번 보궐선거에 대해 평가한다면.

박형준 : 견제받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권력을 이용해 여성에게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남긴 범죄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정당의 법이라 할 수 있는 당헌까지 졸속으로 바꿔가며 후보 공천을 하기로 했다. 오로지 선거에서 이길 궁리만 하고 있다. 이런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며, 반인권적인 정부 여당에 부산시민이 준엄한 심판을 내리는 것이 4‧7 부산시장·서울시장 보궐선거라고 생각한다.

이언주 :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태로 무너진 부산시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 부산시장이 되면 ‘오거돈 성추행’과 관련해 방치된 상황들에 대한 평가와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 권력형 성범죄가 방치되고 은폐돼 온 건 최근 아동학대 ‘정인이 사태’와도 같다. 문재인 정권 4년과 오거돈 시정 3년을 동시에 심판해야 한다. 반드시 해내겠다.

이진복 :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떻게 시장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가? 부산시민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더 한심한 것은 민주당이 당헌을 바꿔 후보자를 낸다고 한다. 부산 시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번 보궐선거에 260억원이 넘는 시민혈세가 들어간다. 그런데도 후보를 내겠다고 하니 정말 뻔뻔하다. 2022년 우리당이 정권을 탈환하는 교두보를 부산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전성하 : 부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불쾌하다.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는 한국 선거사에 큰 오점이다. 민주당이 당헌당규까지 고치면서 후보를 낸다는 것은 공당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행위이다.

노정현 : 적폐정치에 대한 심판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등에 업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에게 큰 힘을 실어줘 3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그런데 새로운 정치는커녕 ‘성추행’ 사건 탓에 부산 시정이 갑자기 멈춰버렸다. 보수여당과 수구야당이 특권의식과 비도덕성에서는 다를 바 없다. 이번 보궐선거에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출마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김영춘 : 먼저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인해 생긴 보궐선거인 만큼 부산시민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는 바이다. 민주당에 대한 부산 시민의 지지가 낮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겸허히 받아들인다. 다시금 민주당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 대한 생각은.

박형준 : 그동안 부산에서의 활동을 살펴보면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한 것 같다. 부산경실련도 함께 만들었고, 문화도시창조운동과 지방분권운동을 했다. 시민운동을 할 때부터 방송도 꽤 했다. 17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처음 만든 ‘부산콘텐츠 마켓’은 지난해 코로나 불황이 지속된 가운데 1억달러에 가까운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이언주 : 선거 초반이다.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부산에서 정치를 오래 하지 않았는데도 부동의 2위를 하고 유지하고 있다. 후보로 선출될 잠재적 가능성을 봐 주고 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평가해 주는 부산 시민들에게 감사하다.

이진복 : 최근까지의 여론조사는 다분히 인지도를 근간으로 나온 결과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내 갈 길을 묵묵히 가겠다. 동래구청장과 국회의원 3선을 지내면서 나름대로 지역 기반을 다져왔다. 인상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조만간 이런 변화의 효과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전성하 : 여론조사가 시민들의 생각을 전부 반영한다고 보지 않는다. 오차범위라는 것도 있고 또 일반전화와 모바일 전화 등 여론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또 현재 무응답층이 많아 민의와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정현 : 거대 양당에 소속된 예비후보 또는 후보군들을 쭉 늘어놓고 진행하는 현재의 여론조사는 지지율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거대 양당의 공식 후보가 확정된 이후에 본격적인 선거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낡고 닳은 보수 양당과 새로운 정치세력인 진보당의 3자 구도가 형성되도록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겠다.

김영춘 :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지난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여론조사가 얼마나 틀릴 수 있는지 봐왔다. 조사방법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민주당에서는 아직 예비후보를 등록한 사람이 없다. 본격적으로 선거 활동에 나서기 시작하면 민주당도 무서운 추격을 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부산시민들에게 한마디.

박형준 : 부산은 지금 변곡점에 있다. 서울에 비해 '걷고 기는 도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 뛰고 날아보는 도시가 될 것인가'라는 중대한 기로에 있다.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해 북항재개발, 에코델타시티, 센텀2지구 등 새로운 공간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기회들이 다가오고 있다. 말이 통하는 시장,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이언주 : 부산은 코로나19로 여러가지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다같이 힘을 내 이 어려운 시기를 견뎌 나가야 한다.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또 부산의 경제 등이 난맥상 보이고 있다. 잘못된 정권과 시정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뤄내 부산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

이진복 : 가황 나훈아의 ‘테스형’ 노래에 나오는 ‘세상이 왜 이래’라는 가사가 절실하게 생각난다.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여당의 폭주로 인해 모든 게 비정상적인 현실에서 시민들은 매우 힘들어 한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서민 생활이 엄청나게 어려워졌다. 부산시장은 자신의 영달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인기투표 형식으로 시장을 선출해서도 더욱 안 된다. 부산 시민들의 아픔,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

전성하 : 시민 모두가 삶을 존중받고, 정의가 바로 서는 사회를 만들겠다.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사회와 기회에 대한 공정,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 이러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

노정현 : ‘부산이 일어서면 세상이 바뀌어왔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온 시민들에게 정치는 그동안 실망만을 안겨왔다. 항쟁의 역사, 해양도시의 역동성을 가지고도 부산은 여전히 낡은 정치 체제에 갇혀 있다. 행정가의 선의나 유력 정치인의 약속에 기대는 정치로는 시민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없다. 시민의 요구가 시정에 직통으로 연결되고 시민의 역동성이 행정을 좌우하는 부산을 만들겠다.

김영춘 : 이번 부산에서의 선거는 ‘정치’선거가 아닌 ‘경제’선거다. 부산에게는 이번 선거를 정치 선거로 치를 여유가 전혀 없다. 부산은 지금 ‘죽느냐 사느냐’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오직 누가 부산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비전을 가지고 있고, 누가 그것을 실행할 힘이 있는지 판단해주길 바란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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