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가 28일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미군 세균실험실 주민 투표 거부 부산시 상대 행정소송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부산=김신은 기자 |
“부산시의 '주민투표 거부' 부당함 밝힐 것”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부산시가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를 위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끝내 거부한 것을 두고 부산 시민단체들이 부산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이 참여한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28일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소송을 통해 부산시의 주민투표 거부가 부당함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추진위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10월 13일 부산시에 부산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 신청을 했으나, 시는 이 사안이 ‘자치단체 사무’가 아닌 ‘국가 사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행정안전부 질의 결과, 해당 사안은 국가 사무에 속해 주민 투표 추진 요건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주민 투표법 제2장 제7조에는 ‘국가 또는 다른 자치단체의 권한이나 사무에 속하는 사항은 주민 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이 주민 투표의 합법적 수용을 위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해 ‘자치단체 사무’라는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 이번 행정소송에서 추진위가 승소하게 될 경우 부산시로부터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받아 주민 찬반 투표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추진위는 "부산시는 명백하게도 시민의 생활 터전 한가운데 들어선 세균시설에 대해 미군시설이기 때문에 국가 사무라고 치부하며 주민들의 생명 안전을 책임질 자치단체의 책무를 내팽개친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통해 부산시의 주민투표 거부 행위에 대해 취소 또는 무효 조치가 내려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미군이 우리나라 안에서 마음대로 세균실험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을 국가와 자치단체가 방치·방임하고 제동을 걸지 못하는 현재 협정과 제도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것"이라며 "주권국가끼리 맺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을 근거삼아 미군이 세균실험을 우리 땅에서 하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부산항 8부두에는 주한미군이 생화학 실험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10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주한미군이 2015년 이후 국내로 생화학 물질(보툴리늄, 리신, 포도상구균)을 3차례 반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질병관리청이 이재정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3차례에 걸쳐 부산항 8부두 등 미군기지에 세균무기실험 샘플을 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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