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화의 세상만사] '굿모닝 2021', 다시 희망이다
입력: 2020.12.28 11:47 / 수정: 2020.12.28 11:47
‘마지막 잎새’처럼 달랑 한 장 남은 2020년 달력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채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새해엔 모두가 건강하고 건승하길 소망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 첫날 일출 장면. / 이새롬 기자
‘마지막 잎새’처럼 달랑 한 장 남은 2020년 달력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채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새해엔 모두가 건강하고 건승하길 소망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 첫날 일출 장면. / 이새롬 기자

신축년 새해에 띄우는 편지…휴머니즘 회복되길

[더팩트ㅣ부산=고기화 기자] 아듀 2020!

‘마지막 잎새’처럼 달랑 한 장 남은 올해 달력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채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엊그제 맞이한 듯한 경자년 한 해가 어느새 저물어 갑니다. 시간은 분절되지 않고 계속 흘러가는 것이라지만 또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늘 쓸쓸하고 공허합니다.

돌이켜보면 어느 해인들 편안한 때가 있었으랴 싶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올 해는 신산(辛酸)하고 곤고(困苦)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사상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 탓이 크겠지요. 코앞까지 닥쳐온,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삶은 피폐되고 불안심리는 곳곳에 넘쳐나고 있으니까요.

이를 반영하듯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 1위로 ‘우환질고’(憂患疾苦)가 꼽혔다지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1186명에게 2020년은 어떤 해였는지 물은 결과랍니다. 우환질고는 근심과 걱정, 질병과 고생을 일컫는 말이지요. 그 뒤를 잇는 말들도 마찬가지네요. 2위가 간난신고(艱難辛苦), 3위가 각고면려(刻苦勉勵), 4위가 병풍상서(病風傷署)입니다.

지난해 실시한 같은 설문조사에서도 걱정과 근심으로 잠 못 이룬다는 뜻의‘전전반측’(輾轉反側)이 1위에 올랐었지요. 정말이지 ‘아! 테스형, 삶이 왜 이래요’가 저절로 외쳐지네요.

삶이 이토록 망가져 가고만 있는데도 세상은 어지럽기만 합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코로나19라는 불안과 혼돈 속에서 숨죽이며 생활하고 있지만 정치권만은 극단적 편가르기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이전투구에 몰두하는 형국입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 사태가 몰고 온 파장이 계속되고 있네요.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도 말썽입니다. 현직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논란 등도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어디 이뿐입니까. ‘임대차 3법’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대북전단금지법’ 등도 모자라 치솟는 집값을 잡는다고 ‘1가구 1주택’을 입법화하려는 발상까지 나오고 있다니 대한민국호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민주 정부’에서 다시 민주주의 위기가 시작되는 것입니까.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특별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27일 해맞이 장소인 서울 남산공원 팔각정이 사용금지 조치돼 있다. /이효균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특별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27일 해맞이 장소인 서울 남산공원 팔각정이 사용금지 조치돼 있다. /이효균 기자

출구없는 자영업자들이 ‘폐업난민’으로 속속 전락하고 있는데 계속 손놓고 있어도 되나요?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저소득층 소득 감소폭이 더 커져 양극화는 심화되고 사회적 갈등은 증폭되는데 마냥 먼산만 바라보고 있을 건가요?

전례없는 시대를 살얼음판 걷듯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층 일자리 감소는 또 어찌하나요. 생존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민생보다 우선인 정치적 가치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정치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는커녕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려서야 되겠습니까.

전 세계 30여개국이 올해 안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는데 우리는 언제부터 가능하나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마저 발생해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전역은 물론 남아공, 캐나다,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감염자가 잇따라 전 지구적 공포를 몰고오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영국발 입국자 3명에게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하니 방역에 구멍이 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는 하지만 세상살이가 참으로 팍팍하네요. 이 고통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서 더욱 답답합니다. 자연은 순리대로 돌아간다지만 우리네 인생에 휘몰아치는 한파는 어찌 견뎌내나요.

코로나19 선제검사를 위해 선별진료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 /더팩트 DB
코로나19 선제검사를 위해 선별진료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 /더팩트 DB

테스형, 신축년 새해엔 희망이 보이나요. 이 긴 어둠의 터널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2021년은 흰소띠의 해라지요. 흰소는 아주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우생마사’(牛生馬死)의 지혜와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끈기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중국의 작가 노신은 이리 말했다고 하지요.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길이 된다’고. 희망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한 사람이 걸어가고, 또 그 뒤를 많은 사람이 걸어가다 보면 없던 희망도 생겨나는 게 아닐까요. 본디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지요. 숨쉬기조차 불편한 마스크의 일상화, 사람 만나는 게 두려운 비대면의 삶의 방식이라는 희한한 세상을 경험하고 있지만 그래도 인내와 끈기를 갖고 버텨내야겠지요.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같이 해야겠지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세상이, 삶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믿어봅니다.

테스형,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가까이 왔다는 뜻이겠지요. 다가오는 새해를 앞두고 속절없이 다시 한번 희망을 품어봅니다. 희망은 현실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새해엔 모두가 건강하고 건승하길 소망합니다. 휴머니즘도 회복되길 바랍니다. ‘굿모닝 2021’을 기대합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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