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의창구 북면 신도시 내 아파트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최근 북면 신도시 집값은 분양가가 회복세를 띠면서 차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창원=강보금 기자 |
경남도 "핀셋 규제 해제 적극 검토…인근지역 풍선효과 예의주시할 것"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창원 의창구는 일부 중심가에 위치한 아파트들의 시세가 급등했을뿐 사실 그 외의 지역은 투기과열현상이 일어났다고 보긴 힘들다. 지금 당장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주변지역으로 옮겨질 n차 풍선효과와 수도권으로의 역투자 등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7일 경남 창원 의창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데 대해 경남 창신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정상철 원장은 이 같이 말했다.
정 원장은 "정부에서도 갭투자와 부동산 시세 급등에 따른 집값 풍선효과를 우려해 모든 지역에 대한 일관규제를 시행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국토부의 지정으로 의창구 동읍과 북면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동읍과 북면은 투기과열지구로 규제를 받기엔 알맞지 않다는 평이 대다수이다.
동읍과 북면의 집값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에서야 겨우 분양가를 회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집값 상승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그간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곳이 동읍 삼진아파트이다. 삼진아파트는 동읍에서 공공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가장 큰 단지로 325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삼진아파트는 매매 실거래가는 48㎡ 기준 5000만~57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의창구 투기과열지구 지정 왜?
경남도와 창원시는 지난달 창원 성산구와 의창구 일부를 부동산 거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당시 의창구에 대해서는 일부 읍면동(대산면, 동읍, 북면 등)은 제외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의창구는 창원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해(7월 기준) 937만원 수준에서 올해(7월 기준) 1079만원으로 급등해 1년간 약 15% 상승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창원의 경우 성산구·의창구 공동주택 밀집지역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 중이며 외지인 매수비중 증가, 고가 신축단지 투자 및 구축단지 갭투자 증가 등 전반적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창원 의창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성산구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 예정이며, 조정대상지역 정량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의창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동시 지정해 시장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과 청약경쟁률, 주택보급률 등을 고려할 때 주택분양 등 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최근 2개월 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하거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건축허가 실적이 직전년도보다 급격히 감소해 주택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을 때 지정한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의창구는 앞으로 정비사업 규제강화(조합원 지위양도 및 분양권 전매제한 등), 금융규제 강화(LTV(9억원 이하 40%, 초과 20% 등), 주택구입시 실거주목적 제외 주택담보대출 원칙 금지, 청약규제 강화 등이 적용된다.
창원 의창구 동읍에 위치한 삼진아파트의 매매 실거래가는 한국감정원 평가 기준 5000만~5700만원 수준이다. /창원=강보금 기자 |
◇국토부 결정에 주민 반응 '싸늘'
국토교통부 인터넷 홈페이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내용을 담은 '규제지역 지정 및 실거래 조사, 현장단속 강화' 게시글은 일주일만에 조회수 5만여 건이 넘어섰다.
해당 게시글에는 항의성 댓글을 주로 단 주민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댓글 중 이모씨는 "창원 동읍지역은 창원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아무 것도 없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지역 소유주들에게 고통만 줄뿐이다. 탁상행정이 의심된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시장교란행위는 정부에서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기보다 규제와 중과세로 땜질대응만 일삼고 있는듯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 외에도 "이제 겨우 회복단계에 접어들고 있는데 시기에 맞지않는 규제로 시민 죽이려는 것이냐", "지나가는 강아지도 웃을 상황", "형평성 없는 규제 철회를 촉구한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창원시 홈페이지에 있는 '시민의 소리' 게시판도 마찬가지다. 민원 작성자들은 "그간 많은 고통을 겪어오던 북면이 이제 막 정상 궤도의 분양가로 거래되거나 조금 넘는 거래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왜 엄한 곳까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느냐"며 북면과 동읍의 투기과열지구 철회를 촉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창원 의창구와 성산구에 이어 김해시 등 경남지역의 갭투자 우려로 정부의 조치가 내려졌다지만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며 "외부에서 유입된 갭투자자들은 이미 3~4년 전 지역 투자자에게 건물을 넘기고 떠나가 현재는 지역 투자자가 많은 상황이다. 결국 이번 정부의 조치로 피해를 입는 측은 지역의 소규모 투자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창구 동읍·북면 핀셋 해제 가능성은?
경남도는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창원시와 협의해 해당지역 거래현황을 정밀관찰(모니터링)하고 향후 부동산시장 전망에 따라 규제 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앞서 한국부동산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찰청 등 유관기관 관계자와 창원, 김해, 양산시 관계자가 가진 민관협력회의 자리에서는 창원 의창구 북면, 동읍 지역이 동전일반산업단지 조성과 내곡지구 지정 등 인구유입 요인이 커 규제지역에 함께 묶인 것으로 분석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6개월마다 기존 규제지역을 대상으로 가격과 거래량 추이 등을 종합 검토해 안정세가 확고하고 상승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일부 지역의 해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 원장은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대한 핀셋 해제 사례가 매우 드물긴 하지만 경남도와 창원시가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 상황을 자세히 관찰해 다시 국토부에 건의하기로 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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