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중앙동에 위치한 ‘광복지하도상가’가 코로나19 여파로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부산=김신은 기자

10개월간 점포 수익 20만원 불구 청소·경비 비용은 '따박따박'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제로인데 정작 부산시설관리공단 정규직으로 전환된 청소·경비원들의 임금 중 절반 가까이를 지하상가 상인들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부산 중구 광복지하도상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올해 1~10월 부산시설관리공단에 225만9290원의 관리비를 납부했다. 지난 2월 부산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A씨가 벌어들인 수익은 고작 20만원 남짓. 관리비 부과 항목에는 올해 1월 부산시설관리공단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청소·경비원들의 임금이 포함돼 있다. 공단이 소속 정직원 임금의 40%를 상인들에게 청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하도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부산에는 공단이 위탁·관리하는 7개의 지하도상가가 있는데, 이곳에서 근무하는 총 77명의 청소·경비원 임금을 상인들이 40%씩 부담하고 있다. 올해 1~10월 전체 지하도상가 관리비 지출내역 중 청소와 경비 항목으로 상인들에게 청구된 금액은 총 4억3953만3000만원. 더욱이 이 금액은 코로나19 여파로 청소·경비 등의 관리비가 6개월(2~7월)간 감면된 것으로 나머지 1·8·9·10월 4개월치의 부담액이다.

부산의 7개 지하도상가는 부산시의 공유재산으로 2008년 7월 민간위탁에서 부산시로 이관된 이후 현재 부산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고 있다. 지하도상가는 부전몰, 서면몰, 중앙몰, 남포지하도상가, 광복지하도상가, 국제지하도상가, 부산역지하도상가 등 7곳이다.

부산시설공단의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규정’에 따르면 지하도상가는 임대면적, 전용면적, 공용면적, 공공면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임대면적은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이 포함된 것으로 전용면적은 개별점포가 실제 점유하는 면적이고, 공용면적은 휴게공간과 화장실 등 기타 부대시설 등을 말한다. 공공면적은 지하보도나 출입계단, 출입구, 연결통로 등이다.

상인들은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곳이 전용면적이 대부분이지만 사실상 공용·공공면적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공단 직원들의 임금 절반 가까이를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공단이 관리비 부과 항목에 청소·경비원의 인건비, 복리후생비, 4대 보험료를 포함해 놓고, (총비용/총면적)×임대면적 기준으로 관리비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용면적과 공용면적 2곳에 대한 청소·경비원의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4대 보험료가 관리비로 청구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서울의 경우에는 지하도상가의 청소·경비원들이 서울시설관리공단으로 직고용됨에 따라 이들에 대한 관리비를 공단이 기존보다 20%가량 더 부담하기로 했다. 춘천시는 휴게실과 화장실을 공공면적에 포함시켜 청소비용을 직접 부담한다.

정명섭 부산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회장은 "전용면적을 제외한 공용면적과 공공면적은 사실상 부산시민을 위한 공적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이 공간에 대한 청소·경비 비용을 코로나19로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상인들에게 절반 가까이 부과하고 있다"며 "더구나 청소·경비원은 올해 1월부터 부산시설관리공단에 직고용된 직원들로 이들에 대한 관리비는 공단이 부담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내년 5월까지 진행되는 지하도상가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에 이 부분을 포함시켜 놓았다"며 "이를 통해 청소·경비 부분 운영방식을 개선해서 상인들의 관리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hcmedia@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