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1시 30분 501호 법정에서 윤성여씨가 청구한 재심 사건의 선고공판을 연다. /뉴시스 |
17일 오후 1시 30분 수원지법서 재심 선고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불어라, 아니면 사형을 당할 수도 있다."
경찰이 어느 날 당신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찍어 야산으로 끌고 갔다. 모진 가혹행위와 함께 자백을 하지 않으면 사형을 당할 거라는 협박도 받았다.
결국 허위 자백을 한 당신은 결국 감옥에서 20년을 보내고 사회로 나와서 또 10년의 세월을 견뎠다. 그 사이 머리는 희끗하게 새었고 얼굴 곳곳엔 깊은 주름이 패었다.
검찰과 법원을 향해서도 억움함을 호소했지만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신이라면 이 나라를 용서할 수 있을까.
윤성여(52)씨는 30년도 더 된 그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몸서리가 처진다. 윤씨는 당시 자신을 때리고 고문한 경찰을 '장 형사'와 '최 형사'라고 기억한다. 그는 "경찰서가 아닌 야산으로 끌고 가 폭행을 하고 토끼뜀을 시킨 그들을 이제는 용서한다"고 했다.
1980년대 후반 발생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여덟 번째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인물. 키는 160㎝ 초반쯤 되려나. 법원에서 몇번 만난 그는 항상 왼손을 바지에 넣은 채 다리를 절며 걸었다. 세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왼손으로 왼쪽 다리를 잡아주지 않으면 중심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살인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모두를 용서한다고 한 그에 대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1시 30분 501호 법정에서 이 사건 재심 선고공판을 연다.
이변이 없는 한 윤씨는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30년 전 그에게 무기징역을 처음 선고한 법원도 수원지법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 똑같은 법원이 정반대의 판단을 내리게 되는 상황이다.
윤씨가 수사 과정에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한 점, 유죄의 결정적 증거였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가 조작된 점, 진범 이춘재가 자백한 점 등을 고려하면 무죄 이외의 다른 판단 가능성은 없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항소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재판부가 무죄 판결만 하면 윤씨는 살인자라는 굴레를 32년 만에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윤씨는 무죄가 확정될 경우 국가에서 적잖은 액수의 보상금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형사보상법은 구금 일수에 따라 구금 연도의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의 최대 5배까지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하면 20억~3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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