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공해와 불법행위에 맞서 ‘30년간 생존권 투쟁’…지자체 공권력은 어디에?
입력: 2020.12.15 07:58 / 수정: 2020.12.15 07:58
담양군이 골판지 공장에서 새어 나온 악취로 30여 년간 고통을 호소하며 생존권 투쟁을 벌여 온 주민들의 민원을 졸속으로 처리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대전면 주민들이 한솔페이퍼텍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며 담양군청 앞 정문에서 집회를 가졌다./담양=문승용 기자
담양군이 골판지 공장에서 새어 나온 악취로 30여 년간 고통을 호소하며 생존권 투쟁을 벌여 온 주민들의 민원을 졸속으로 처리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대전면 주민들이 한솔페이퍼텍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며 담양군청 앞 정문에서 집회를 가졌다./담양=문승용 기자

담양군, 지난 30년간 주민들 민원 무시하고 대기업 한솔페이퍼텍(주) 눈치보기 급급

[더팩트ㅣ담양=문승용 기자]전남 담양군이 골판지 공장에서 새어 나온 악취로 30여 년간 고통을 호소하며 생존권 투쟁을 벌여 온 주민들의 민원을 졸속으로 처리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14일 담양군에 따르면 대전면 대치7길 80, 1만 3000여 평에 달하는 부지에서 크라프트지 및 상자용 판지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한솔페이퍼텍 주식회사(이하 한솔)는 한솔그룹 계열사이며 1983년 양영제지 회사로 종이류 가공 공장을 시작했다. 한솔은 소각열회수시설을 갖춰 일일 90톤, 시간당 3750kg을 소각할 수 있으며, 대기·수질 배출시설 특1종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한솔 공장 부지는 일반공업지역이 16.4%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개발제한구역은 83.6%에 달한다. 83%가 그린벨트 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된 곳인데도 한솔은 필요에 따라 공장 부설 건축물들을 신고나 허가 없이 그린벨트 지역에서 불법으로 건축해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유지를 비롯한 국가 소유 토지도 마치 내 것 인양 공작물을 설치해 무단으로 점유·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대전면 주민들이 한솔페이퍼텍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며 담양군청 앞 정문에 내건 현수막들./담양=문승용 기자
지난 10일 대전면 주민들이 한솔페이퍼텍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며 담양군청 앞 정문에 내건 현수막들./담양=문승용 기자

대전면 주민들은 대다수가 고령의 노인들이 거주해 한솔의 불법행위를 알지 못해 악취에 고통스러울 때면 주민들끼리 모여 항의하고 집회하는 것이 전부였다. 담양군에 시정조치를 요구한 민원을 접수해도 30년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에 뿔난 주민들과 대전면 대한적십자회, 노인회, 한솔환경대책연대 등은 지난 10일 군청 앞에서 한솔페이퍼텍의 불법행위를 알리며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한솔 환경대책연대 김판규 위원장은 "주민들 대다수가 고령인 어르신들이다 보니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이를 알고 있는 공무원들이 대기업과 밀착해 주민들을 철저히 속여 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김 위원장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시골집에 들어와 살다 보니 한솔에서 새어 나온 악취로 숨쉬기 조차 힘들 정도다"며 "한솔과 담양군에 항의해도 헛수고였다"고 억한 감정을 드러냈다.

담양군이 한솔페이퍼텍의 위법 사항을 정리한 문서/담양군 제공
담양군이 한솔페이퍼텍의 위법 사항을 정리한 문서/담양군 제공

김 위원장은 한솔과 담양군에 재차 요구해도 돌아올 답변은 뻔할 것이라는 괘씸한 심정을 다잡고 생업을 뒤로한 채 직접 불법행위를 조사해 법원에 판단을 받기로 결심했다. 김 위원장은 2년 전부터 한솔 공장부지에 세워진 건축물 등이 적법한 것인지 조사했다. 그 결과 54건이 위법한 사실을 알게 됐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확정판결까지 얻어냈다.

그래도 담양군의 행정은 대기업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54건의 위법한 건축물이 드러났는데도 담양군의 입장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달랑 공문만 보내 시정조치하라는 전형적인 탁상행정만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불법왕국이라 할 정도로 많은 위법행위를 자행해 온 한솔에 대해 담양군의 강력한 행정조치를 촉구한다"면서 "이전만이 최고의 대안이다. 조속한 이전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솔은 주민들이 도로로 사용해 오던 국유재산을 무단 점유·사용해 왔고 회사 정문 옆 국유지도 불법으로 사용해 오다 들통나 원상복구 중에 있다"면서 "건축물과 관련해서도 3차례에 걸쳐 54건이나 위법사항이 적발됐다"고 한솔의 불법행위를 알렸다.

담양군이 한솔페이퍼텍의 위법 사항을 정리한 문서. 노란선은 주민들이 수십년간 이용해 온 도로를 한솔페이퍼텍이 무단으로 공작물을 설치해 점유해 온 토지다./담양군 제공
담양군이 한솔페이퍼텍의 위법 사항을 정리한 문서. 노란선은 주민들이 수십년간 이용해 온 도로를 한솔페이퍼텍이 무단으로 공작물을 설치해 점유해 온 토지다./담양군 제공

이에 대해 담양군은 생태환경과, 도시디자인과, 투자유치과, 안전건설과 공동으로 한솔페이퍼텍 관련 대응책을 마련해 적극적인 조치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담양군 관계자는 "한솔의 환경오염으로 지역주민들의 행복생활권이 침해받고 있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불법사항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맑고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 한솔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악취 등 민원에 대한 신속한 대응방안으로 매일 수시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솔이 재해복구 및 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의 이유로 건축물 현황측량 등 동의요청을 거부해 위법 건축물에 대한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협의를 추진하고 민간전문가와 합동 단속반을 편성해 단속을 진행하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군은 <더택트> 취재에 대한 답변으로 '한솔페이퍼텍 보고 서면'을 보내왔다. 군은 국유지 무단점유에 대해 국유재산법상 조치로 원상복구 및 변상금부과, 한솔 공장이전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 시정명령 미 이행시 이행강제금 부과 및 고발 조치, 토양 다이옥신 오염도 검사 실시, 환경부 환경피해구제과에 주민 건강영향조사 신청, 한솔 출입 차량 자료조사 CC(TV) 등, 대기자료(TMS)를 통한 폐기물 소각량 확인,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수시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솔은 13건에 대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 소송에는 사유지에 토지소유자의 사용 동의 없이 건축물과 공작물 설치 및 형질변경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담양군이 한솔페이퍼텍의 위법 사항을 정리한 문서중 하나로 노란선은 한솔페이퍼텍이 무단으로 공작물을 설치해 점유해 온 토지다./담양군 제공
담양군이 한솔페이퍼텍의 위법 사항을 정리한 문서중 하나로 노란선은 한솔페이퍼텍이 무단으로 공작물을 설치해 점유해 온 토지다./담양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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