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로 18곳 보행자 간이통로 있으나 경보음 센서 등 안전장치 "나 몰라라"[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1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의 옛 송정역 인근. 해운대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선로를 가로지르는 건널목 용도의 간이 통로를 지나던 A씨는 이날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다. 통로를 지나던 중 마주오던 열차에 부딪힐뻔 한 것. A씨는 "통로에 열차 접근을 알리는 경보음이나 차단기가 없고 열차 소음이 그리 크지 않아 알아채지 못했다. 정말 심장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7일 개통한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개통 하루 만에 인적 실수로 열차가 선로이탈 사고를 낸데 이어 지난 9일에는 시설정비 중 인근 야산에 산불까지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행자 안전조치에 대해 여전히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어 언제 안전사고가 터질 지 모를 우려를 낳고 있다.
해변열차는 2013년 12월 옛 동해남부선 구간이 폐선된 뒤 부지 소유주인 철도시설공단이 민간사업자인 해운대블루라인을 통해 관광시설로 개발됐다. 블루라인은 해운대 미포~청사포~송정에 이르는 4.8km 구간에 해안 절경을 따라 달리는 해변열차와 산책로 등을 조성해 새로운 관광 시설로 자리잡고 있다.
4.8km 구간의 선로 옆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18개의 간이 통로를 볼 수 있다. 이는 선로를 가로지르는 건널목 용도의 간이 통로로, 일부 사람들이 먼 길을 둘러가지 않으려고 심심찮게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통로엔 열차의 접근을 알리는 경보음 센서나 접근 시 출입을 막는 차단기 등의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아 자칫 보행자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이날 아찔한 경험을 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무단 출입과 부주의로 인한 사고 발생시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열차 주의 안내 표지판도 무용지물이다. 통행로마다 한쪽 입구에 슬라이딩 도어가 설치돼 있지만 잠금장치 없이 열려 있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자인 블루라인 측은 해당 통로에 대한 추가 안전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청에 사업허가를 받을 당시 통로 자체를 만들려 하지 않았지만 먼저 해당 위치에서 통행을 해오던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간이 통로를 마련한 것으로, 원래는 일반 시민들이 이용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해운대블루라인 관계자는 "사람이 한 시간에 1명이 지나갈 수도 있는데 통로마다 관리인을 배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1.5m 정도에 불과한 통로마다 안정장치를 설치할 수 없다"며 "일반 시민들의 통로 이용을 일일이 막을 수는 없지만 원래 철길 안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통로를 만들었으면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꼼꼼하게 따져보고 안전하게 조치를 했어야 한다"며 "어린 아이들이나 장애인, 노약자들에게는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변열차는 올해 10월 9일에도 개통 하루 만에 바퀴가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사고 원인은 인적 실수라고 블루라인 측이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달 9일에는 시설 내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야산으로 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블루라인 관계자는 경찰에 "용접 작업을 진행하면서 불꽃이 옹벽을 넘어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자체 진화를 시도했지만 진화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잇따르자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10일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안전불감증 강력한 책임추궁 필요하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관청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산불의 원인제공 행위자, 시공회사 등에 산림복구비와 산불 진화에 들어간 모든 비용을 구상 청구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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