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부산시 제공 |
유럽안전기준 부합 ‘SIL3 인증’ 획득한 국내업체 입찰 기회조차 없어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2023년 완공 예정인 부산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립 과정에서 부산시가 무대기계장치 공사와 관련한 입찰 자격 범위를 외국 업체로만 한정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부산시는 동구 초량동 북항 재개발지 2만9542㎡에 지하 2층, 지상 5층(연면적 5만1617㎡) 규모의 오페라하우스 건립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시는 내년 1월 중 무대기계장치에 대한 입찰을 발주할 예정이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공사 무대기계’ 시방서에는 ‘모터에서 AXIS 단톡 판넬로 연결되는 컨넥터 케이블은 유럽 AXIS 공급사에서 공급하여야 한다(국내 제작 금지)’는 기준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제조사와 생산국을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등으로 지정해 놨다.
다시 말해 오페라하우스와 같이 규모가 큰 무대에 기계장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등 이유로 유럽안전기준에 부합하는 ‘SIL3 인증’을 가진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시는 그동안 해당 인증을 가진 외국 업체로만 입찰을 한정해왔던 것이다.
그동안은 국내에 해당 인증을 가진 업체가 전무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년여 전 인천의 한 무대장치 및 제어시스템 제조업체가 ‘SIL3 인증’을 획득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업체는 입찰자격 범위를 국내 기업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는 기존 시방서에 따라 입찰을 발주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시 건설본부 관계자는 "지금 와서 시방서를 수정하기 어렵다"며 "기술력 개발이라는 게 당장의 기술을 인정받은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 관계자는 "SIL3 인증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관행에 따른 입찰 방식 탓에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격 조건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입찰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정부 출연 지원사업에 여러 차례 참여하면서 기술개발을 해왔다. 국가가 선정한 우수한 기술력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최근 5년간 36개 공연장에 납품을 했음에도 어떤 기준으로 기술력을 검증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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