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병원가기 힘든 시골 사람들 위해 건강술 빚는 영농조합법인 윤정준 대표
입력: 2020.12.11 08:13 / 수정: 2020.12.11 08:13
청정 지리산 자락에서 재배하는 곰보배추를 이용해 만든 막걸리. /남원=한성희 기자
청정 지리산 자락에서 재배하는 곰보배추를 이용해 만든 막걸리. /남원=한성희 기자

기침·가래에 좋은 곰보배추를 원료로 지리산 맑은 물로 빚어

[더팩트 | 남원=한성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건강 주류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약리효능을 내세운 건강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북 지역에는 많은 연구 끝에 특산물을 이용한 술들이 많은데, 병원을 가기 힘든 시골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건강술이 있어 <더팩트>에서 만나봤다.

지리산 맑은 물과 정기로 술을 빚는 전북 남원시 지리산 촌사람영농조합법인 윤정준 대표는 최근 곰보배추 막걸리 주문이 빗발친다고 한다. 신종플루를 시작으로 호흡기 질환이 유행할 때마다 곰보배추 막걸리 주문이 몰려든다고 하는데, 이곳 양조장은 약초의 보고인 지리산에 자리 잡고 있어 약술을 만들기에는 최고의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곰배배추 막걸리의 원료는 꿀풀과 2년생 초본 식물로 한 겨울에 자생하는 눈을 뚫고 나오는 약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맵고 쓰며 성질은 서늘해 독이 없다'고 기록돼 있다.

몸에 좋은 것이 입에는 쓰다는 말처럼 건강에 좋은 약초일수록 특유의 쓴맛을 가지고 있는데, 초겨울 기침 잡는 도사라 불리는 곰보배추는 야생 동물들도 먹지 않을 정도로 쓴맛을 뽐내고 있다.

이처럼 쓴 곰보배추에는 사포닌과 에우카포놀린, 히스피둘린, 플라보노이드, 불포화 지방산 등 폐와 기관지에 좋은 성분들로 구성돼 있다.

윤정준 대표는 곰보배추 막걸리를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기 힘든 시골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막걸리 주 재료인 곰보배추는 지리산 해발 700m의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길러서 사용한다고 한다. 더구나 막걸리 맛을 좌우하는 물은 지리산물을 사용하니 '곰보배추 막걸리'는 이미 애주가들 사이에서 맛도 뛰어나 호평받고 있다.

선조때부터 내려온 막걸리 제조 비법에 곰보배추를 첨가해서 발효 중인 막걸리 숙성실. /남원=한성희 기자
선조때부터 내려온 막걸리 제조 비법에 곰보배추를 첨가해서 발효 중인 막걸리 숙성실. /남원=한성희 기자

- 곰보배추 막걸리를 어떤 계기로 만들었나?

"시골에는 의사가 없다. 감기에 걸려도 도심처럼 십여 분 만에 병원을 갈 수 없어, 이왕 먹는 술 기관지에 좋은 약술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예로부터 지리산 마을에서는 내리는 눈을 보고 자라는 곰보배추를 달여 가래와 기침 등 폐질환 환자에게 먹여온 것을 착안해 막거리에 접목하게 됐다. 좀 더 많이 마실 수 있게 막걸리 알코올 도수도 6도로 만들었다. 내가 만든 막걸리를 먹고 기침과 가래가 멎었다는 칭찬을 받을 때 가장 보람있다."

- 제조 과정은?

막걸리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물이라고 하지 않나? 지리산 물은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고 깊은 맛이 있다. 여기에 농약이나 미세먼지, 화학물질 등의 오염될 수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인 지리산에 양조장이 자리 잡고 있으니 대한민국에서 약술 만들기 최고의 장소이다. 곰보배추 또한 지리산 해발 700m의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것만 사용해서 만들고 있다. 특히 곰보배추를 발효시키면 몇 배로 효능이 높아져 발효주인 막걸리와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 맛은 어떤가?

곰보배추 막걸리 첫 맛은 톡 쏘는 겨울날의 서늘함이 느껴진다. 목 넘김 후에는 달달하고 구수한 여운과 함께 특유의 약초 향이 코끝을 스쳐 지리산에서 산행을 하는 나그네의 맛을 지니고 있다.

- 기관지에 효능이 좋은데 비슷한 제품이 금방 나오지 않겠나?

"곰배배추에 대한 재미있는 구전설화인데, 십여 년 전에 경상북도 어느 지방에 권 씨 할아버지가 사는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어떤 노인이 있었다. 이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약초로 신기한 약효가 있는 막걸리를 만들어서 한 되에 30만 원씩 받고 팔았다. 이 막걸리를 먹으면 기침뿐 아니라 갖가지 폐병, 심장병, 부인병 등 온갖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사방에 소문이 나서 찾는 사람이 많았다.권 씨 할아버지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그 신기한 약술을 만드는 방법을 꼭 배우고 싶다고 몇 번 정중하게 부탁을 했으나, 노인은 도무지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권 씨 할아버지는 약술을 만드는 비법을 훔쳐내기로 작정을 했다. 어느 날 어두워질 때까지 그 노인이의 집 주변에 몰래 숨어 있다가 밤중에 늙은이가 약초를 캐러 들에 나가는 것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미행했다. 노인은 개울가 논둑에 앉아 괭이로 한참을 무엇인가 캐서 광주리에 담더니 집으로 돌아갔다. 권 씨 할아버지는 노인이 약초를 캐던 곳에 가서 과연 그 풀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를 살펴보니, 흔해빠진 문디배추(곰보배추) 아닌가. 권 씨 할아버지는 곧 문디배추를 캐서 물에 넣고 푹 달여서 그 물로 막걸리를 만들어 먹어 보고 이웃에 사는 기침환자한테 주어 보았다. 과연 그 막걸리는 천식, 기침, 기관지염 등에 뛰어난 효과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노인은 죽고 이제 곰보배추로 신기한 약술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권 씨 할아버지밖에 남지 않게 됐다.

이미 2002년에 선조때부터 내려온 비법을 바탕으로 곰보배추 막걸리에 대한 특허등록을 해서 우리나라에서 곰보배추 막걸리는 나만 만들 수 있다."

- 그럼 곰배배추 막걸리의 특별한 비법이 있는가?

선조 때부터 내려온 막걸리 전통방식에 지리산 정기를 품은 물과 이곳에서 재배한 품질 좋은 곰보배추만 엄선해 만들어진다. 곰보배추 특유의 쓴맛, 떫은맛이 구수한 막걸리와 조화를 이뤄 색다른 향과 풍미를 자아낸다.

- 앞으로의 계획은?

당연히 과음은 독이 되지만 적당히 먹으면 약이 된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와인에 시나몬과 과일 등 다양한 약재를 넣고 끓인 '뱅쇼'를 겨울철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즐겨 마신다. 독일의 한 건강술도 천식과 위장병 등을 치료할 술로 개발돼 각 가정의 상비약처럼 구비되 오는 것처럼 남원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강술을 만들 계획이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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