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싱 어게인’ 경기 분도(分道) ⓛ] 경기, 분도론 제기 배경과 추진 경과
입력: 2020.12.08 09:01 / 수정: 2020.12.08 09:01

지리적으로 한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갈라진 경기도를 분도(分道)하자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경기도 지형도 발췌
지리적으로 한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갈라진 경기도를 분도(分道)하자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경기도 지형도 발췌

경기도는 수도 서울을 감싸고 있다. 경기도 땅을 밟지 않고는 서울을 갈 수 없다. 1018년 고려 현종 때 개성 및 부근 13현을 경기(京畿)라 칭하면서 비롯됐다.'경'은 도읍을, '기'는 사방 500리 이내 땅을 의미한다. 면적 10,185.6㎢, 인구 1380만명인 슈퍼 매머드급 광역지자체다. 최근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경기도를 둘로 쪼개자는 ‘분도론’이 거세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등 타 광역지자체들은 ‘합치자’는 흐름인데 왜 이곳은 ‘나누자’고 목소리를 높일까. <더팩트>는 ‘경기 분도론’의 본질과 찬반 입장, 그리고 전망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경기 분도론이 제기되는 배경 및 그동안의 추진 경과

[더팩트 l 의정부=김성훈 기자]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위해서는 국가 균형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랫동안 경기 북부 주민들은 남북의 완충지대란 지정학적 위치에서 하나 된 한반도를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접경지역의 개발저해와 과도한 규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경기북부 지역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 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과 함께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분도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경기 분도 논의의 배경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경기북부 지역은 70년간 ‘안보’라는 이유로,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개발에서 소외돼 온 곳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이중·삼중의 중첩 규제를 받아오면서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규제 법규 위반으로 전과자로 전락하거나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제약을 받는 등의 불이익과 불편을 감수해 왔다.

경기남부와의 개발 격차는 갈수록 심해져 북부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경기 분도론은 남부와 북부 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하자는 명분이 논의의 첫 단초가 됐다.

접경지역인 경기북부는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어 국가 안보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반면 남부는 고부가가치의 제조업 등이 발달하고 주택 및 문화 경제생활의 측면에서 서울의 배후 도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정서가 다른 것은 물론이고 남-북부간 지역 이질성도 은연중에 자리잡고 있다. 지리적으로 광범위한 경기도는 서울과 한강이 중간에 위치하면서 남북으로 단절돼 생활권도 확연히 다르다. 경기남부와의 개발의 불균형, 생활권 연결의 미흡, 지역간의 이질성 등은 분도하자는 요소들로 작용하고 있다.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청북부청사 전경/경기북부청사 제공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청북부청사 전경/경기북부청사 제공

◆경기북부 규제 현황

지난 4월말 기준 경기 북부지역 10개 시·군 인구는 352만명으로, 경기도 전체 1372만명의 25.7%에 달한다. 지리적으로 한강 북쪽인 김포시까지 포함할 경우 400만명에 육박하는 인구 규모다.북부지역 면적은 경기도 전체 1만187㎢의 41.9%인 4266㎢에 이른다.

규제 법규에 묶인 토지현황을 살펴보면 북부지역 전역인 4266㎢가 수도권정비권역에 묶여있다. 이에 따라 공장총량 등 공업입지 제한, 대학 신·증설 금지, 연수시설 제한 등 각종 규제를 받는다.

북부 전체면적의 무려 42.1%인 1794㎢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이 곳에서는 군사작전에 지장이 없을 경우 부대장이 예외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한 건축물의 신·증축, 토지지형변경 등이 금지된다.

팔당특별대책지역은 386㎢로 북부지역 전체의 9%에 해당한다. 이 지역에는 일정규모 이상의 공장, 폐기물처리시설, 유도선업, 양식장, 집단묘지, 골프연습장 등이 아예 들어설 수 없는데다 어업행위도 원칙적으로 불허된다.

북부지역 전체의 11.7%인 498㎢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다. 이 곳에 사는 주민들은 건축물의 신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등 행위를 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경기도에서도 낙후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동두천시의회가 지난 2017년 6월 임시회에서 만장일치로 경기북부 설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경기북도 신설이 해답이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동주천시의회 제공
경기도에서도 낙후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동두천시의회가 지난 2017년 6월 임시회에서 만장일치로 '경기북부 설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경기북도 신설이 해답이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동주천시의회 제공

◆남부와 북부의 개발격차 심화

같은 경기도 내에서도 남부와 북부의 개발격차가 커지면서 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북부는 남부에 비해 경제, 교육, 교통 등 대부분의 분야가 현저히 낙후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의 총 도로 연장은 1만4030km에 이른다. 이 가운데 경기북부의 도로연장은 총 4246km로, 남부의 9785km에 훨씬 못 미친다. 2016년 말 기준 고속도로연장도 경기도 전체 747km의 고작 10%인 75km에 불과하다. 국토면적과 인구를 고려한 도로 총연장 지수는 올 6월말 기준 1.10으로 전국 평균 1.54와 비교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단지 현황을 보더라도 북부지역은 54곳 2만1640천㎥로, 도 전체 220곳 14만7377천㎥의 14.68%밖에 안된다. 올해 기준 대학교 수도 북부는 20곳으로 도 전체 89곳의 22.5% 수준이다.

2017년 말 기준 1인당GRDP는 2401만원으로, 남부 3969만원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인 3583만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올해 기준 북부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8.2%에 머물러 남부 평균 42.9%와는 무려 14.7%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남양주시의회가 지난 2017년 9월 임시회를 통해 경기북부 설치 결의안을 채택한 뒤 당시 국회에 계류중이던 분도 관련 법안 가결을 촉구했다./남양주 시의회 제공
남양주시의회가 지난 2017년 9월 임시회를 통해 '경기북부 설치 결의안'을 채택한 뒤 당시 국회에 계류중이던 분도 관련 법안 가결을 촉구했다./남양주 시의회 제공

◆상대적 박탈감 넘어 절규하는 북부지역 주민들

지난해 경기도의회가 공개한 '경기도 분도 논의 배경과 경기북부 발전방향'보고서를 살펴보면 남부와 북부의 인구.경제.복지지표 등의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관련 시설이나 종사자도 남부와 비교해 열악하다. 북부지역 세입이 보통교부세와 보조금 등에 심각하게 의존하는 것도 재정자립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2000년대 들어서 그나마 일부 지역에 택지가 공급되고, 미군기지가 반환되면서 북부 지역은 서서히 개발의 움직임이 싹트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동토(凍土·얼어붙은 땅)와도 같았다.

70년 동안이나 안보 때문에 희생해 온 북부지역 주민들은 이제 박탈감을 넘어 절규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정부나 경기도가 개발에서 소외된 북부지역 배려 정책을 펼치지만 크게 나아진 게 없다는 인식이다. 중첩 규제는 풀리지 않고 여전히 주민 삶을 옥죄고 있다. 남부와의 격차가 좁혀지기는 커녕 더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남부와 북부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분도가 어렵다고 하는데, 바꿔 생각하면 분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개발제한구역에 살면서 쓰러져가는 집을 증·개축했던 주민들, 비닐하우스를 지어 농사 짓던 농민 등이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고 벌금을 무는 등 범법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경기도 균형발전과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경기도 제공
지난해 6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경기도 균형발전과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경기도 제공

◆분도 논의 경과

경기도를 분도하자는 주장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경기 분도론은 1987년 제13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정당이 대선 공약으로 처음 제시했다. 1991년에는 국회 내무위원회가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분도론을 제시했고, 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분도론을 대선 후보 당시 대선 공약으로 삼은 바 있다.

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는 경기북부 10개 시‧군의장단협의회가 경기북부 분도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으며, 2003년에는 총선(2004년)을 앞두고 경기도 분도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2006년에는 제17대 대선(2007년)을 앞두고 경기북부의 5개 시민단체가 경기북도 신설 운동 연합회를 발족시켰다.

2010년에는 경기북부의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분도론이 다시 점화됐다. 2014년에는 박기춘 의원이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한데 이어 당시 김진표 새정치연합 경기도지사 후보는 경기북부 지역 단체장 후보들과 함께 평화통일특별도 정책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7년 5월 김성원 의원은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2018년 문희상 의원은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21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명칭은 같고 내용도 매우 흡사한 제정법안인 '경기북도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지난 10월 22일 경기도의회는 '경기 북부지역의 조속한 분도 시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경기북도 설치에 대한 민의의 역사는 이런 과정을 거쳐 33년이나 흘러왔다. 각종 선거 때마다 언급됐으나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 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경기북도 설치’라는 정책이슈는 이제 여야가 진영논리를 동원해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대상에서 이미 멀리 벗어나 있다. 그만큼 경기북도 설치에 동의하는 민의가 경기도 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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