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당일인 3일 아침 한 학부모가 수험생을 성화여고 교문앞까지 배웅하고 있다 / 대구 = 박성원 기자 |
수능실패 = 인생실패 공식은 사회가 몰아부친 결과 아닐까?
[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조금 전 끝났다.
수험생들의 12년간의 노력이 빛나길 바란다. 시험을 치르고 난 수험생들의 맘은 어떨지 생각해본다. 어떤 이는 시원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정의당 대변인으로 있는 장태수 대변인이 대구 시당에 있을 때인 지난 해 수능을 맞아 ‘수능 대박만을 응원하는 세태, 건강한 것인가?’라는 논평을 냈었다.
장 대변인은 "수능이 다가오면서 거리 곳곳에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진을 치고 있다. 모든 현수막이 수험생들의 꿈을 응원한다면서 수능 대박나라고 한다."며 "수능을 보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수능을 보지 않는 청소년들도 우리의 미래다. 수능 대박난 청소년들 인생뿐만 아니라 수능 망친 청소년들 인생도 응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을 맞아 우리 교육을 돌아보면 ‘수능’과 '입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는 12월에 수능을 쳤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11월에 수능시험을 봤다. 학기가 끝나지 않고 수능을 치르지만 시험범위는 교과 전체가 포함된다.
그래서 각 학교는 수능 시험 전까지 모든 진도를 다 나간다. 그리고 수능 이후는 교과 진도를 다 나갔기 때문에 할 게 없다. 이런 형태가 정상일까?
수능이후에 시험을 망친 학생들의 자살 소식이 나올 정도로 수능 실패는 인생 실패라고 생각하는 수험생들을 종종 볼수 있다. 부모와 교사, 이 사회가 그렇게 몰아 부친 것은 아닐까?
학교 밖 청소년 3명과 인문학 수업을 2년이 넘게 하고 있다. 매주 한권의 책을 읽고 자유롭게 A4 한 장 분량의 글을 써오면 같이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다. 그 중 한명이 올해 수능을 쳐야 하는 나이인데도 치지 않았다.
수능 보다는 수시지원을 해서 대학에 입학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올해는 한동대 수시 모집에 지원했지만 안타깝게도 떨어졌다. 그런데도 전혀 슬퍼하지 않는다. 1년 더 준비해서 내년에 지원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입시가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다.
12년 동안 열심히 달려와서 수능과 대입이라는 관문을 지나면 이제는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취업이라는 관문을 향해서 달려가야 한다. 길면 또 10여 년간을 취업이라는 골문을 향해 달려야 한다. 수능만을 준비하는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인생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장거리 선수를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1980~90년대는 취업하면 평생직장으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대기업에 취업한 신입사원 중 많은 수가 1년도 안되어 그만두고 나온다고 한다. 이쯤 되면 교육전반에 대해 국가적 고민이 필요하다. 올해는 수능 실패로 잘못된 선택을 하는 수험생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