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전두환, 항소 포기?…법정 출석 부담 느낀 듯(종합2보)
입력: 2020.11.30 17:54 / 수정: 2020.11.30 18:42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광주=이선화 기자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광주=이선화 기자

법원 "헬기사격 인정"…검찰, 판결문 검토 뒤 항소 여부 결정

[더팩트ㅣ윤용민 기자·광주=나소희 기자]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 측이 광주시민을 향해 헬기 사격을 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과 전 전 대통령 측은 항소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10월 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 쓴 내용이 허위사실이고 회고록을 쓸 당시 허위사실임을 알고도 고의로 썼다고 봤다.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에 재판 내내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목격자의 진술과 군 관련 문서를 종합해 분석하면 1980년 5월 21일 500MD에 의한 기관총 사격이 있었고 조 신부가 이를 봤다고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식하면서도 고의로 조 신부를 비난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고통을 받아온 많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 선고공판을 받은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부상자회 소속 회원들이 전 전 대통령 일행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이선화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 선고공판을 받은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부상자회 소속 회원들이 전 전 대통령 일행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이선화 기자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항소할 것이냐'는 <더팩트>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기본적으로 5·18 당시 기총소사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1심에서 실형을 피했기 때문에 또 다시 법정투쟁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올해 4월 법정에 출석해 "내가 알기로는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과 당시 헬기 조종사들 역시 기총소사는 없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해왔다.

이날 검정 양복과 중절모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전 전 대통령은 청각보조장치(헤드셋)를 쓰고 재판에 임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그는 재판 중간에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재판 직후 '판결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5·18 관련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일부 시민들은 전 전 대통령이 타고온 차에 계란을 던지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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