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자체 예산으로 사유지 정비한 공무원 ‘정직 처분하라’

전남 화순군 공무원이 도로와 구거(개울) 부지에 정원을 조성하고 텃밭을 가꿔온 사실이 감사원 특정감사에 적발됐다. 이 공무원은 주민숙원사업으로 추진되는 마을진입로 정비공사 설계 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부풀려 자신의 신축주택 주차장 입구와 정원 등에 석축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감사원 제공

주민숙원사업으로 둔갑시켜 개인 신축 주택에 석축·보강토블럭 쌓아 정원 조성, 구거 부지에는 텃밭 조성

[더팩트ㅣ화순=허지현 기자]지방공무원이 도로와 구거(개울) 부지에 정원을 조성하고 텃밭을 가꿔온 사실이 감사원 특정감사에 적발됐다. 이 공무원은 주민숙원사업으로 추진되는 마을진입로 정비공사 설계 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부풀려 자신의 신축주택 주차장 입구와 정원 등에 석축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민 민원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공무원이 사업구간 인근 토지를 매입하면서 사리사욕으로 변질됐고, 1~3차 사업이 자신의 신축 주택을 화려하게 조성하는 계획된 사업으로 드러났다.

25일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남 화순군 공무원 A씨는 2014년 3월 이서면 영풍리 도원마을 토지를 매입해 2018년 9월 단독주택을 신축했다.

감사원 감사결과 화순군은 주민숙원사업으로 1차 2015년 12월 11일부터 2016년 4월 21일까지 ‘이서면 도원길 마을진입로 포장 및 배수로 정비공사’를, 2차 사업으로 2016년 4월 7일부터 2017년 9월 20일까지 농촌생활환경 정비사업 ‘화순군 영평1·2리 진입도로 개설공사’를, 3차 사업으로 2017년 8월 31일부터 2017년 9월 20일까지 소규모 지역개발사업으로 "화순 이서면 영평 2구 사면정비공사"를 각각 시행했다.

A씨는 "1·2·3차 공사 등 추진 경과"와 같이 2015년 이서면에 근무하면서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에 있는 ‘비포장도로 구간을 포장해 달라.’는 등의 주민 건의사항을 설계도서를 직접 작성해 2015년 9월 30일부터 10월 16일까지 1차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A씨는 2015년 10월 16일 1차 공사 현장인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에 접한 토지 152㎡, 90㎡, 115㎡ 3필지를 3천만 원에 매입했다. A씨는 위 토지를 매입한 직후인 2015년 11월 19일 자신이 매입한 토지 앞 도로를 포장하는 내용 등의 2차 공사에 대한 계획서를 작성한 뒤 이를 2016년도 농촌생활환경 정비사업으로 화순군에 신청해 같은 해 12월 8일 확정됐다.

1차 공사는 마을이장 B씨의 집 정문에서 석축쌓기 35m, 도로 포장 15m, 배수관 매설23m를 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시공업체는 공사감독자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설계도면과 달리 석축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35m 옮겨 A씨가 건축신고 시 향후 조성할 것으로 계획한 차고 예정지 오른쪽 입구까지로 해 A씨의 토지를 감싸듯이 도로사면에 석축쌓기 등의 공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공사감독자인 C씨는 공사 기간 중 공사현장에 한 번도 나가지 않는 등 이를 확인하지 않다가 2016년 5월 준공검사를 하면서 그제서야 석축의 위치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재시공 등의 조치를 검토하지 않은 채 적정하게 시공된 것으로 준공 처리했다.

그 결과 1차 공사를 건의한 마을 이장 B씨는 자신의 건의내용과 다르게 자신의 집 정문 근처에 석축쌓기 공사 등이 이뤄지지 않자 2016년 9월께 자신의 집 정문 등에 대한 석축쌓기 공사 등을 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한다. 이에 따라 화순군은 2017년 8월 31일부터 같은 해 9월 20일까지 마을 이장 B씨의 집 정문에서 높이 3m의 석축을 쌓는 한편, 1차 공사의 석축도 1.5m 높이를 3m로 맞추기 위해 높이 1.5m의 석축을 추가로 시공하는 내용의 3차 공사를 시행했는데, 1차 공사와 마찬가지로 A씨가 향후 조성할 것으로 계획한 차고 예정지 오른쪽 입구까지 석축을 쌓았다.

또한 당초 2차 공사는 화순군 이서면 영평리 도로를 포장하는 등의 내용이었으나 2차 공사의 시공업체는 A씨가 매입한 토지 인접 도로 사면은 집중 호우 시 토사 유실이 예상되므로 석축쌓기 공사를 해달라는 주민의 요구가 있다는 이유로 자신이 계획한 차고 예정지 입구까지 18m에 석축쌓기 공사를 추가(설계변경)하는 것으로 2017년 7월 17일 공사감독자인 C씨에게 실정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시공업체는 도로 폭을 설계도면보다 0.8m 좁은 약 3.7m로 하고, 석축을 도로 가장자리에 맞춰 거의 수직으로 쌓았다. 2017년 7월 24일 C씨로부터 2차 공사에 대한 감독업무를 인수한 공사감독자 D씨는 공사 기간 중 공사현장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는 등 공사감독업무를 소홀히 해 석축쌓기와 도로포장이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2017년 9월 26일 준공처리를 위해 공사현장을 점검하면서도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됐는지 확인하지 않는 등 준공검사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A씨가 매입한 토지와 현황도로 사이에 있는 도로사면은 3차례에 걸쳐 석축쌓기 공사가 이뤄졌고, 1차 공사의 설계자이자 2차 공사의 사업 기안자인 A씨는 위 3차례의 공사가 모두 끝난 2018년 4월 6일 단독주택 신축공사에 착공해 같은 해 9월 21일 건축물 사용승인을 받았으며 국유지인 도로사면 등을 점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A씨는 국유재산의 무단 점유·사용을 단속해야 할 공무원이 오히려 자신이 관리하는 국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한 점 등 그 비위가 심한 점을 고려할 때 정직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이 상당하다고 판단된다"면서 "화순군수는 국유재산 관리업무를 하면서 국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사용하고 사적 용무를 위해 출장지 등을 무단 이탈한 A씨와 공사 감독업무를 소홀히 한 D씨를 ‘지방공무원법’ 제72조에 따라 각각 정직, 경징계 이상으로 징계처분하라"고 통보했다.

또한 "도로 폭을 좁게 시공하는 등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한 업체에 대해 설계도서에 맞게 재시공하도록 조치하고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에 따라 영업정지 등 적정한 조치를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국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한 A씨에 대해 국유재산법 제72조 등에 따라 변상금을 부과하고 원상복구를 명령하는 등 적정한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전달했다.

이어 "공사감독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C씨는 주의를 촉구하라"고 요청했다.

감사원 감사에서 A씨는 "국유지를 무단 점유·사용하고 출장지 등을 무단으로 이탈해 법규를위반한 행동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C씨와 D씨는 "공사감독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화순군은 "공사감독자인 C씨와 D씨가 과중한 업무로 인해 공사감독업무를 소홀히 했으나 앞으로는 공사감독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며 "그리고 A에 대하여는 국유재산을 나무 식재, 대문 설치 및 텃밭 이용 등으로 무단 점유·사용한 사실이 있어 국유재산법에 따라 변상금 부과와 원상복구 명령 등의 조치하고 석축 등을 설계도서와 다르게 시공한 시공사에서 재시공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재시공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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