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행 부인…피해자 고통 크다"[더팩트ㅣ윤용민 기자·대구=박성원 기자] 미성년 제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유도 국가대표이자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제자들을 선도할 의무가 있는 스승이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했다는 판단에서다.
대구지법 형사12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왕기춘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8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등도 명령했다.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피해자들이 겪은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큰 데다 반성도 없어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왕기춘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제자들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도 스승이자 성인으로서 제자들을 선도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망각하고 지위를 이용해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제자들과 성관계를 맺거나 시도했다"며 "과거 음주 운전 외 성범죄 관련으로는 판결을 받은 적이 없는 점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왕기춘은 지난 2017년 2월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 다니는 A(17)양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9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체육관에 다니던 제자 B(16)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하며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왕기춘이 아동 성범죄적 관점에서 전형적인 '그루밍(grooming)'이라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제자들에게 성적인 학대를 한 것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루밍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는 등 심리적으로 무력하게 만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왕씨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73㎏급에 출전해 은메달까지 딴 한국 유도의 간판스타였다. 이후 대표팀 선발에 떨이지고 대구에서 체육관을 열어 지도자와 유튜버 등으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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