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원시 화장품산업지원센터, 미국 농무부 유기농 인증 조작 의혹
입력: 2020.11.19 17:18 / 수정: 2020.11.19 17:18

남원시화장품산업지원센터가 USDA ORGANIC 인증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전북 남원의 A 씨가 허브 샘플 이식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왼쪽 네모 안은 A씨의 서명을 오려붙였다고 주장하는 위조 서류./남원=이경민기자
남원시화장품산업지원센터가 USDA ORGANIC 인증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전북 남원의 A 씨가 허브 샘플 이식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왼쪽 네모 안은 A씨의 서명을 오려붙였다고 주장하는 위조 서류./남원=이경민기자

피해자 A 씨, "제출 서류에 서명 오려 붙여 위조...미국에 보낼 허브 샘플도 조작" 주장

[더팩트 | 남원=이경민 기자] 전북 남원시 화장품산업지원센터가 브로커들과 결탁해 '미국 농무부 유기농(이하 USDA ORGANIC)인증'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들은 USDA ORGANIC 인증 조작을 위해 지역 내 한 농민을 끌어들여 이용하고, 일이 무산되자 모든 책임을 이 농민에게 덮어씌우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9일 피해를 주장하는 농민 A 씨는 "남원시화장품센터 직원과 브로커들이 USDA ORGANIC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저를 이용해 조건들을 조작한 뒤 미국 농무부에 제출했다"면서 "일이 무산되자 저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USDA ORGANIC'은 최소 3년간 노지에서 화학비료나 농약, 생명공학 기술, 방사선 기술 등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원료 중 물·소금을 제외하고 95% 이상이 순수 천연원료 성분인 제품에 한해 미국 농무부에서 부여하는 유기농 인증 마크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유기농 인증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인증 후에도 매년 생산지를 방문해 검증하고 모든 제품이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 생산 기준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다.

남원시화장품산업지원센터 한 퇴직 직원이 미국 농무부 유기농 인증(USDA ORGANIC) 관련 준비서류에 A 씨의 자필 서명을 오려붙인 서류. 붉은 색 네모 안이 오려붙인 서명. /남원=이경민 기자
남원시화장품산업지원센터 한 퇴직 직원이 미국 농무부 유기농 인증(USDA ORGANIC) 관련 준비서류에 A 씨의 자필 서명을 오려붙인 서류. 붉은 색 네모 안이 오려붙인 서명. /남원=이경민 기자

A 씨의 가슴 터지는 사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원시 산내면 해발 600m의 백운산 인근, 8만㎡(2만5000평) 규모 농장에서 농사를 지으며 막걸리를 제조하던 A 씨는 2017년 6월쯤 남원시화장품센터 센터장 직무대행 B 씨를 처음 만났다.

A 씨는 "당시 B 씨는 '남원시 공무원 소개로 자신을 찾아왔다'며 '당신의 농장이 USDA ORGANIC 인증을 위한 화장품 원료 재배지로 최적인 장소다. 우리랑 같이 허브 재배를 하자'고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A 씨의 농장은 인적이 드문 곳에다 산속에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농약이나 각종 오염물질이 유입될 수 없는 허브 재배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다.

A 씨는 "하지만 저는 USDA가 뭔지 모르고 복잡한 것 같아서 거절했는데, 그 뒤로도 직원들과 함께 수차례 찾아왔고 사업 계획서까지 만들어서 설득을 했다"면서 "사업 계획서를 살펴보니, 초기에 1억 1000만 원을 투자해서 허브 재배를 시작하면 3년 차에 초기 투자비는 다 회수되고 4년 차부터 4500만 원의 수익이 난다고 해서 결국 승락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허브 재배 준비가 시작되자 A 씨는 남원시화장품센터로부터 각종 서류를 받아 서명을 해줬다고 한다.

A 씨가 재배한 적도 판매한 적도 없는 허브가, 4년에 걸쳐 매년 재배돼 오픈마켓에 판매한 것 처럼 조작된 서류. /남원=이경민 기자
A 씨가 재배한 적도 판매한 적도 없는 허브가, 4년에 걸쳐 매년 재배돼 오픈마켓에 판매한 것 처럼 조작된 서류. /남원=이경민 기자

하지만 어느 날 서명할 서류를 살펴보던 중 자신이 재배해서 판매한 적이 없는 '4년에 걸친 농산물 수확(판매)일지' 서류를 발견했고, 그제서야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한다.

이후부터 A 씨가 서류 서명을 망설이자, 남원시화장품센터 한 직원은 빈 종이에 자필로 이름을 여러개 써달라고 요청을 했고, 안 해주면 허브 사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협박에 못 이겨 써줬다고 했다.

모든 서류가 준비되자 이들은 A 씨의 농장에 미국에 보낼 허브 샘플을 옮겨심자고 제안했고, A 씨는 "그것은 사기 아니냐. 나는 참여하지 않겠다. 당초 약속한 대로 난 허브 농사만 열심히 짓겠다"고 거부했다고 했다.

당시 A 씨를 제외한 남원시화장품센터와 관계자 등은 남원시 운봉에 위치한 전북도농업기술원 허브산채시험장에 있는 허브를 가져와서 A 씨 농장에 심었다. 두 달 뒤 이들은 A 씨에게 USDA ORGANIC 인증을 위해 미국 농무부에 보낼 허브 샘플을 채취해야 하니 농장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A 씨는 "미국을 상대로 사기치는 거잖아요. 난 못가겠어요"고 거절했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A 씨를 제외하고 A 씨 농장에서 허브 샘플을 채취해 미국으로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아마 허브산채시험장에서 가져온 샘플을 마치 제가 재배한 것처럼 속여서 보낸 것 같다. 이미 사전에 서류도 다 조작됐더라"고 말했다.

이렇게 의혹의 꼬리표를 달고 미국으로 건너간 샘플은 기준 미달로 USDA ORGANIC 인증에 실패했다.

A 씨는 남원시화장품산업지원센터 직원과 브로커 등이 USDA ORGANIC 인증을 위해 미국 농무부에 보낼 허브 샘플을 이곳에 사전에 심어뒀다고 주장했다. /남원=이경민 기자
A 씨는 "남원시화장품산업지원센터 직원과 브로커 등이 USDA ORGANIC 인증을 위해 미국 농무부에 보낼 허브 샘플을 이곳에 사전에 심어뒀다"고 주장했다. /남원=이경민 기자

USDA ORGANIC 인증이 무산되자 그간 추진됐던 일들이 멈춰 섰고, A 씨에게 남은 것은 1억4000만 원의 손실금과 밭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허브뿐이었다. USDA ORGANIC 인증은 최소 3년간 화학비료나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재배를 한 뒤에야 신청해야 하지만, 남원시화장품센터는 이 모든 것을 조작해 USDA ORGANIC 인증을 획득하려 했던 것으로 A 씨는 보고 있다.

A 씨는 "약속대로 난 허브 농사를 열심히 지었지만 결국 가공도 못하고 팔지도 못하는 허브가 됐다"면서 "처음부터 USDA ORGANIC 인증 사기를 치기 위해 나를 이용했고, 일이 무산되자 남원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남원시화장품센터 관계자는 "제출 서류에 서명을 오려 붙인 것은 퇴직한 전 직원이 한 것이다. 퇴직한 직원이 잘 알지 우리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시 허브산채시험장에서 허브 샘플을 가져와 A 씨 농장에 옮겨 심은 사실은 있지만, 미국에는 이 샘플이 아닌 야생에서 자라는 허브를 채취해 보냈다"고 해명했다.

한편 남원시화장품산업지원센터는 지난 2014년 설립된 남원시 출연기관으로 이환주 시장이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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