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민병호 선생. /유족 제공 |
일제 치하 화령회 조직해 활동…민족 독립에 큰 역할에도 불구, 증빙자료 미비 등으로 포상서 누락
[더팩트 | 전주=이경민 기자] 제82회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을 맞아 전북대학교 총동창회장을 역임한 고 민병호 선생이 국가보훈처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게됐다.
고 민병호 선생은 일제 치하인 1944년 순창농림학교 재학중 이희동 전 전북 광복회장과 홍석길 등 13명의 급우들과 함께 항일 독립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독서회인 '화령회'를 조직해 활동하던 중 일본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 수감생활을 하다 해방 직전 석방된 바 있다.
화령회의 명칭인 화령(和寧)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명나라에 주청한 국호 화령과 조선 가운데 하나로 조선의 뿌리를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
화령회는 조선 역사책을 돌려 읽고 토론하는 독서회 활동과 함께 행동강령으로는 ▲농촌에 들어가 일제 강제징용과 징병 반대 ▲농민들에게는 공출 거부 ▲일제의 군용기 제작을 위한 일체의 헌금, 헌납 반대 ▲일본 순사가 머무르면서 사무를 맡아보던 주재소를 습격해 독립 만세를 부른다 ▲거사 후 만주 중국으로 망명해 상해 임시 정부 및 광복군에게 투신 등 다섯 가지 규정을 약속하고 활발히 활동했다.
이처럼 화령회는 치열한 독립 투쟁으로 민족 독립에 큰 역할을 한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고 민병호 선생 등 회원 일부는 구체적인 증빙자료 미비 등으로 그동안 독립유공자 포상에서 누락됐다. 하지만 국가보훈처의 추가 자료 발굴 노력으로 독립유공자로 선정돼 뒤늦게 포상받게 됐다.
고 민병호 선생은 1927년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순창농림학교와 전북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부안중과 전주농고 교사, 전주 교대 교수를 거쳐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창립 교장을 12년간 역임했다.
퇴임 후에는 호남제일여고 창립 교장으로 봉직했으며, 평생 교육 분야에 헌신 봉사한 공을 높이사 국민훈장 동백장과 목련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밖에 제 14대 15대 전북대 총동창회장(1971-1975)으로 봉사를 이어가다 지난 2001년 74세를 일기로 타계했으며, 유족으로는 미망인 박영진 여사와 1녀 2남이 있다.
한편 서대문 형무소 역사공원에서 열리는 독립유공자 포상 수여식에는 고 민병호 선생의 장녀인 민혜경(정동영 전 의원 부인)씨와 차남 민준기(의사)씨가 참석해 표창을 수여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