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성폭행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저자 샤힌 아크타르가 제3회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
‘우리 시대 최고의 페미니즘 전쟁 다큐소설’ 평가 받아…추후 공연물 제작 예정
[더팩트ㅣ광주=성슬기 기자]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성폭행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저자 샤힌 아크타르가 제3회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제3회 아시아문학상에 방글라데시 작가 샤힌 아크타르가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1일 밝혔다.
수상작 샤힌 아크타르의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여성의 관점에서 전쟁의 광기와 남성 중심 사회의 허위의식을 조롱하고 해체했으며 아시아 여성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반영된, 우리 시대 최고의 페미니즘 전쟁 다큐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작가 샤힌 아크타르는 방글라데시 코밀라 출생으로 다카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소설가로 데뷔한 뒤, 인권기구인 에인 오 살리쉬 켄드라(ASK : Ain-o-Salish Kendra)의 소속으로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파키스탄군에게 성폭행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이 작업은 그녀의 작품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도망갈 곳은 없다’, ‘쇼키 론고말라’, ‘공작왕자’ 등 네 편의 장편과 ‘스리모티의 철학’, ‘영원한 자매’, ‘다시 한 번, 사랑’ 등 다섯 권의 단편집이 있다. 그밖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벵갈 여성들의 글을 모아 펴낸 앤솔로지가 있다.
1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한 제3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폐막식에서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한 샤힌 아크타르 작가가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성슬기 기자 |
샤힌 아크타르는 수상소감을 통해 "독립군이었던 남성들은 박수갈채와 환호의 대상이 되는 반면 성폭력을 견디고 살아남은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주변화되고 멸시의 대상으로 공적인 세계로부터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며 "그런 현실을 보며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을 쓰는 동안, 그리고 그 이후 이러한 일들이 특정 국가만의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여성들은 분쟁과 전쟁이 존재하는 곳 어디서나 성폭력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고난을 겪는다"며 "한국인들이 다수를 구성하는 ‘위안부’도 마찬가지다. 구술사 연구프로젝트를 막 마친 2000년에 도쿄의 여성국제전범법정에 참가했는데, 거기서 작품의 주인공 ‘마리암’의 이야기가 그 ‘위안부’들의 이야기와 겹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를 빌어 모든 성폭력의 생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존경을 보낸다"며 "우리 모두 이 세계적 위기를 견뎌내고 창조적으로 극복해 더 강하고 현명한 사람들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3회 아시아문학상은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이 있는 아시아 여성작가를 후보로, 투표를 통해 선정했다.
샤힌 아크타르 ‘여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츠쯔젠 ‘어얼구나강의 오른쪽’‧‘뭇 산들의 꼭대기’, 주톈원 ‘황인수기’가 후보에 오른 가운데 샤힌 아크타르가 선정됐으며, 수상작은 추후 공연물로 제작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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