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홀로 사는 중증장애인 “이웃에 수년간 피해 입어”
입력: 2020.11.02 07:00 / 수정: 2020.11.02 07:00
A씨의 거주지로 날아온 ‘채무 불이행에 따른 법조치 진행 예정 통고서’. /A씨 제공
A씨의 거주지로 날아온 ‘채무 불이행에 따른 법조치 진행 예정 통고서’. /A씨 제공

휴대전화 명의도용 의심 고발...수년간 이웃 개 '강제 돌봄'도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중증장애인 A씨(50대·여)는 최근 집으로 날아온 고지서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난데없는 ‘법적 조치 예고 통고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통고서에는 휴대전화 이용요금 연체에 따라 법적조치를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2대가 개설돼 있었던 것.

휴대전화 미납요금은 총 169만1330원이다. A씨는 장애인복지카드와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며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요금을 감당할 길이 없는 처지다.

A씨는 본인이 직접 개통한 적도 없고, 누가 사용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A씨는 지난해 이웃집 언니 B씨에게 본인 명의의 휴대폰 개통을 부탁한 적이 있다. B씨의 아들(C씨)은 휴대폰 대리점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C씨는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신상이 기재된 A씨의 ‘장애인복지카드’를 받아 갔고, 이후 A씨는 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그로부터 1여년 동안 장애인복지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다가 올해 3월 25일 복지카드를 재발급 받았고, C씨가 갖고 있는 카드는 정지된 상태다.

A씨의 피해 주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작년까지 거주하던 동네의 폐가에서 B씨의 겁박에 의해 3여년 동안 B씨의 개 4마리를 돌봤다.

제보에 따르면 A씨는 당시 무허가 주택에 살고 있었으며,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A씨는 아파트 신축공사로 살던 곳이 철거되면서 이사를 간 상태다.

A씨는 "억지로 돌봤다. 내가 그때 얼마나 울고 고생했는지 모른다. 정말 힘들었다. 비오는 날은 비를 맞아가며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저녁까지 개를 돌봤다"며 "개 사료, 간식도 다 20일에 나오는 내 기초수급비로 샀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면 그 언니(B씨)가 심한 욕설을 하며 ‘개 안 보고 어디를 다녀오냐, 니가 어디가 아프냐’고 난리를 쳤다"며 "동사무소에서 내게 준 선물을 그 언니에게 안 주면 우리 집에 와서 뒤져보기도 한다. 법만 없으면 정말 가만히 두지 않고 싶은 심정이다"고 털어놨다.

인근 주민들도 A씨를 피해자로 바라봤다. 이들은 "그 사람(A씨) 피해자 맞다. 수 년 동안 시키는 거 다 하고 개들도 돌보고 그랬다. 정말 노숙자 비슷하게 살았다. 몇 년을 그렇게 개들을 돌보면서 살도 엄청 빠지고 머리도 하얗게 다 셌다"며 "집이 철거돼 근처로 이사 갔는데 그렇게라도 가서 다행이지 아니면 아직도 피해를 받고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당시 A씨의 피해에 대해 동사무소에 몇 차례 민원전화를 했지만, 관할 행정복지센터(구 동사무소) 동장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1일 <더팩트>와 만난 C씨는 장애인복지카드에 대해 "A씨가 안 와서 못 돌려줬다. 아들이 마산에 있다"며 "오면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또 "개를 돌본 건 나다. A씨는 사료값을 낸 적도 없다"며 "(A씨가)오갈 데 없어서 집을 마련해주고 5년 동안 내가 도와줬다"고 덧붙였다.

A씨는 10월 31일 오전 부산연제경찰서 거제지구대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31일) A씨로부터 진술을 받았고 수사과에 사건을 인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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