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역서 들개 '집단 서식' 피해…"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입력: 2020.10.29 11:39 / 수정: 2020.10.29 11:39
지난 7월 7일 밤 11시46분쯤 부산 연제구 거제2동 주택가에 들개 7마리가 무리지어 다니고 있는 모습이 방범용 CCTV에 포착됐다. /제보자 제공
지난 7월 7일 밤 11시46분쯤 부산 연제구 거제2동 주택가에 들개 7마리가 무리지어 다니고 있는 모습이 방범용 CCTV에 포착됐다. /제보자 제공

전문가 "포획으론 한계…16개 구·군 공동대응해 유기견 발생 예방해야"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부산 연제구 거제동 일대에서 주인에게 버림받고 떠돌다 들개가 된 유기견들이 번식해 다른 동물을 공격하거나 주민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지만<더팩트 10월27일 보도>, 관련법 규정이 없어 해당 지자체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몇 년 전부터 거제동에는 재개발지역을 중심으로 버려진 유기견이 생겨났다. 이들은 인근 화지산에 서식하며 번식을 통해 개체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정되는 유기견(들개)들만 40~50마리인데, 이마저도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산을 타고 광범위하게 이동하는데다가 곳곳에서 번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

연제구에서는 2018년부터 이 들개들이 밤마다 무리지어 민가로 내려와 길고양이를 공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까지 들개 공격으로 폐사한 고양이가 확인된 것만 수십 마리에 이른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이 들개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아직 없었지만 이 지역 등산객과 노인, 어린 아이들은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대형견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주택가를 활보하는 모습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들개 피해는 연제구뿐만이 아니다.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부산진구, 사상구 등 부산 전역에서 들개들이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각 지역마다 비슷한 피해로 인한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들개 관리에 적용할 관련법은 애매한 상태다. 현재 부산시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들개를 ‘유기동물’로 보고 구조 위주의 인도주의적 포획 대응을 하고 있다. 유기된 어미에게 태어나 야생화된 들개들을 ‘유해야생동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야생화된 들개를 유기동물로 규정하면 대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실·유기동물은 생포만 가능하기 때문에 포획틀이나 마취총 등을 사용해 포획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경계심이 많고 민첩해 포획용 틀을 이용해 생포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고, 마취총도 사정거리가 짧아서 실효성이 낮다.

실제 연제구청은 2019년 5월부터 들개포획전문업체와 첫 계약을 맺고 들개를 포획 중에 있는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9마리의 들개를 포획하는데 그쳤다. 늘어나는 들개 수에 비해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피해 방지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아직까지 포획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

연제구청 관계자는 "포획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관련 전화민원만 하루에 수십 통씩 받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포획 당시 집중적으로 잡았다면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거뒀을 것인데 연속성이 떨어졌다. 두세 마리씩이라도 꾸준히 잡아왔다면 개체수가 줄어들었을 것인데, 사업비 부족으로 올해 5월 전문포획팀과 재개약을 했다"며 "내년에는 예산(1500만원)을 편성해뒀기 때문에 중단없이 포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현재 포획 단가(대형견 1마리 포획당 약 50만원)를 상향 조정하고, 포획단 인력을 증원시키는 방향으로 포획협회와 상의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 있는 시민의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로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키우던 반려견을 유기하면서 들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재개발지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

현재 부산시에서는 재개발지역의 길고양이를 보호하는 조례안이 제정돼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조례안의 골자는 공사 업체가 공사 전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의 이주·보호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에 유기견 보호와 유기견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동물등록 홍보를 강화하고 중성화 지원으로 개체수를 관리하는 등 지자체 단위의 대책수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는 포획에 분명히 한계가 있으며 부산 전역을 떠돌며 번식하는 수많은 들개를 다 잡을 수 없다. 자칫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이는 한 지역구에서만 해결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16개 구·군의 협조를 통해 전방위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획을 반대하는 측과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이들은 포획된 들개들이 안락사 되는 것을 반대해 포획을 방해하거나, 포획된 들개를 입양해서는 다시 풀어주는 사례도 있다"며 "지자체가 동물보호 관련 단체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들개를 훈련시켜 순화하는 등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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