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에서 바라본 부산항 전경. /부산시 제공 |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은 조만간 타 도시에 그 자리를 내 줄 전망이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청년이 떠나면서 자연스레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는 빨라지고 있다. 한때 400만을 자랑하던 부산 인구는 급기야 340만 명 이하로 감소했다. 암울한 부산 인구절벽의 실태와 대책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결혼 적령기 청년들 떠나고 남은 자리엔 '초고령화'…'신중년' 대책도 필요
[더팩트ㅣ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부산 인구 감소 원인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저출산’이라는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결혼 적령기의 청년들이 떠나다보니 출산율도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 비혼·만혼화 현상 심화…부산 합계출산율 전국 평균 이하
지난 2014~2015년 소폭 증가한 부산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부터 다시 감소해 2017년부터는 1명 이하(0.97명)로 떨어졌다. 청년층의 취업난이나 주거문제 등이 당장 해소되기는 어려워 이 같은 감소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17~2047년‧중위추계)에 따르면 부산의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오는 2030년쯤 1명 수준을 회복하고, 2047년에 1.14명에 이르지만 전체 출생아수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과 결혼·출산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로 비혼·만혼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합계출산율 상승이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은 지난 1997년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한 이후 현재까지 오랜 기간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부산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5년 단위 저출산 종합계획을 수립해 출산장려기금 1000억원을 조성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해오고 있으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전국 평균보다 낮다.
이 때문에 저출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부산시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중 일부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별 합계출산율 자료./통계청 제공 |
최근 시가 내놓은 신혼부부들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 확대 방안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시는 당초 혼인 5년 이내 신혼부부에게 지원해 온 전세자금을 최대 1억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늘려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는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처장은 "영구주택인 행복주택을 많이 짓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면서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의견을 수렴한 뒤 대출과 함께 다양한 지원을 동시에 진행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부산 초고령화사회 진입 ‘초읽기’…노인학대·고독사 문제 심각
부산은 늙어가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이대로 계속 줄어든다면 결국 노인들만 남아있는 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늙어가는 도시를 넘어 죽어가는 도시, 살기 싫은 도시가 될 우려를 낳고 있다.
부산의 초고령화사회 진입은 이미 현실화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여러 지표를 감안할 때 부산의 경우 2022년쯤이면 ‘초고령사회’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47년엔 고령인구 비중이 41.0%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 대처를 소홀히 할 경우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2020 지역별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 자료. /통계청 제공 |
이미 노인학대 문제가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부산의 노인학대 건수는 전국 3위를 차지할만큼 심각한 상황에 노출돼 있으며, 노인 고독사 등의 현상도 수시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에 부산시는 고령친화도시를 추진해 오고 있다. 시는 교통‧주거‧건강‧일자리 등 59개 사업들을 펼치고 있으며, 추진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노인정책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 ‘5060 신중년 세대’ 고령화 '합류'…기존과는 다른 맞춤형 지원 필요
초고령화 사회가 코앞으로 다가 온 만큼 부산시의 노인 정책 마련도 한창이다. 특히 조만간 '신중년'이라는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층에 곧 합류하기 때문에 더욱 서두를 필요가 있다.
부산시가 조사한 ‘노인복지 관련 현황’ 따르면 2018년 부산인구는 341만8000명으로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는 16.5%인 56만5000명이다. 하지만 2045년에는 고령자 비중이 38.3%에 이를 전망이다.
연령별로는 65~69세의 비중이 감소하는 반면 80세 이상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8년 인구 피라미드는 40~50대가 두터운 항아리 형태였다면 2045년엔 60대 이상이 두터운 모습이 된다는 것.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도 곧 고령화에 합류한다. 2017년 8월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기 진입을 앞두고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060세대를 ‘신중년’으로 명명한 바 있다.
2017년 12월 7일 신중년 인생 3모작 토크콘서트. /부산시 제공 |
신중년 세대는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주역이자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는 마지막 세대로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맞춤형 지원이 절실한 인구집단이다.
올해 1월 부산복지개발원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 ‘부산시 신중년세대 일자리 욕구 및 수요조사’에 따르면 부산의 신중년 인구는 31.8%(2019년 9월 기준)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2024년에는 전체 인구의 3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비단 부산만의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국 신중년 인구 비중도 2025년까지 계속 증가해 전체 인구의 3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지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부산시는 ‘신중년을 위한 활력-UP 종합계획’을 통해 신중년을 새로운 인적자원으로 활용하고, 소비와 성장의 주체로 보며, 일자리·재능 공유·청년과 협업 등을 통해 관련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체로 보고있다. 또 건강, 여가, 문화 활동 등의 참여와 소통 프로그램을 확대해 신중년세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높은 수준의 학력과 경제적 자원, 교육 및 문화욕구를 갖고 있어 연령집단의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들은 이전 노인세대와는 크게 차이가 있는 만큼 맞춤형 지원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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