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 신문동 일대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 공사 현장이 착공 4년이 지났는데도 황량한 황무지를 연상케 하는 등 공사의 진척이 매우 느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해=강보금 기자 |
2016년 착공 후 공정율 10% 미만…롯데 측 "다방면 노력중"
[더팩트ㅣ김해=강보금 기자] 최근 허성곤 김해시장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롯데쇼핑(주) 강희태 대표이사에게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의 조속한 준공을 촉구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허 시장은 2024년에 열릴 김해전국체전 전까지 사업을 준공하지 않으면 부득이 건축허가 취소 등 행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항간에는 롯데 측이 '수익성 사업인 쇼핑몰과 워터파크 등은 신속하게 완료하고, 나머지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이 표류 중인 이유를 살펴봤다.
◆아울렛·물류센터·워터파크 등은 공사 완료
김해관광유통단지 사업은 1996년 롯데와 경남도가 개발계획을 협약하면서 시작됐다. 김해시 신문동 일원에 경남도와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건설이 공동 투자해 1단계 사업으로 농산물유통센터, 아울렛, 물류센터 등을 2005~208년에 세웠으며, 2단계 사업으로 2013년 아울렛 증축과 2015년 6월 워터파크가 각각 들어섰다. 이로써 개발계획 협약 이후 19년 만에 2단계 사업까지 총 11개 시설물 공사가 완료됐다.
당시 경남도와 롯데 측은 개발이익금 배당 지분율을 경남도 37.8%, 롯데 62.2%로 합의했다. 이에 경남도는 현금 2883억원과 농수산물유통센터 부지 6만7480㎡(245억원 상당)를 현물로 받는 등 모두 3128억원 상당을 받았다.
마지막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은 김해시 장유 신문동 17만 6000㎡ 부지에 호텔, 콘도, 테마파크, 종업원 숙소, 대형마트, 스포츠센터 등 6개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2016년 공사에 착수한 3단계 사업은 시설별로 호텔 4만1124㎡, 콘도미니엄 2만5247㎡, 테마파크 4만9000㎡, 대형마트 1만8983㎡, 스포츠센터 1만9462㎡, 종업원 숙소 2만1163㎡의 규모로 짓는다.
각 시설 공사비는 호텔 705억원, 콘도 399억원, 테마파크 552억원, 종업원 숙소 353억원, 대형마트 371억원, 스포츠센터 322억원 등이다.
김해관광유통단지가 24년간 사업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완성된 김해관광유통단지 예상 조감도. /김해시 제공 |
◆롯데의 변심, 착공은 했지만…
2016년 착공은 했지만 진척이 더딘 3단계 사업 부진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와 도의회 등의 질책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김해관광유통단지 장기 지연에 따른 지역민의 손해와 경남도가 사업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경남도는 수차례 공사 촉구 공문을 보냈다.
이에 주춤했던 사업이 재개되는 듯했다. 시민단체와 각계의 끈질긴 요구로 지난해 경남도와 김해시, 롯데 등 3자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여러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의견 수렴을 시도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여전히 수익성과 자금상황 등을 이유로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는 2024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김해시는 지난달 중순 허성곤 김해시장의 첫 서한문을 롯데 측에 보내 조속한 준공을 촉구했다.
허 시장은 서한문에서 "2024년 제105회 전국체전이 김해시에서 개최됨에 따라 김해 방문의 해 운영 등으로 방문객에게 편의 제공이 절실한 실정이다. 귀사와 협의한 대로 관광객과 체전 종사자들이 호텔, 콘도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체전 개최 이전에 꼭 준공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창원경실련 대표였던 김해시민주권연합 정시식 대표는 "공익감사를 청구하자 경남도와 김해시, 롯데가 사업의 정상화를 도모해 감사는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이후 1년간 사업의 진척을 지켜보며 더 이상 롯데가 사업을 미루고 있지 않도록 감시할 것을 경남도와 김해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가장 우려했던 일이 예견했던 대로 일어났다. 경남도와 김해시는 사업을 진행시키지 않고 있는 롯데 측에 대해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손을 놓고 있는 듯 보였다"면서 "대체 공무원들은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또 김해관광유통단지 사업의 부조리를 적극 고발한 하선영 제로페이 사업단장(전 도의원)은 "김해관광유통단지 사업이 처음 언급된 것은 1996년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이다. 이후 도지사가 6명이나 바뀌는 동안 아직도 김해관광유통단지 사업은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업을 시작할 당시는 롯데가 승승장구할 때였지만 이후 롯데가 유통 쪽으로 상당한 적자가 발생하고 온라인 판매로 돌아서는 등 세태가 바뀌면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재벌 기업의 횡포를 눈감아주는 행정 등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의원들이 연대해 결의문 발송,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조례 개정 등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흐지부지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 현장 조감도. /김해시 제공 |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마침표 찍을 수 있을까?
호텔과 콘도, 테마파크 등이 들어서는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 공사 현장은 현재까지도 황량한 황무지를 연상케 한다. 흙더미와 몇 안되는 공사 인부들만이 공사 현장을 지킬 뿐이다.
현재 호텔과 콘도의 공정률은 겨우 4~5%를 넘어서고 있다. 테마파크와 대형마트는 9~13%에 불과하다. 스포츠센터와 종업원 숙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해시 장유동에 사는 김모(37)씨는 "4년간 공사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어떤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숟가락으로 4년 동안 흙만 퍼나른 것인가. 경남도와 김해시는 대체 왜 롯데의 느린 공사 과정을 묵인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대해 김해시 관계자는 "시는 규정에 따라 롯데 측을 독려하고 있다. 허성곤 시장의 서한문 발송 이후 롯데 실무진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준비 중이라는 구두 답변만 들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해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3단계 사업 진행을 독려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 측에 준공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10월 중순쯤 계획서를 받아 검토한 후 건축법 제11조에 따른 행정 처분에 대한 시점도 함께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 개발자인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적인 진행 일정이 늦춰진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 진척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이 전국체전을 앞두고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24년간 마침표를 찍지 못한 개발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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