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유령도시’된 부산 대학가 상권…원룸촌도 공실 넘쳐나
입력: 2020.10.03 08:00 / 수정: 2020.10.03 08: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의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부산지역 대학가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사진은 30일 부산 남구의 한 대학로. /부산=김신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의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부산지역 대학가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사진은 30일 부산 남구의 한 대학로. /부산=김신은 기자

"모든 게 멈췄다"…비대면 수업 탓 한 집 건너 빈 점포, 권리금도 사라져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점포정리 하시네요?"
"네. 가게 내놨어요."
"그만 두시게요?"
"유령도시가 돼버렸는데 뭘 하겠어요. 더 이상 버티기도 힘들어요."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 낮 부산 금정구의 한 대학로. 15년 동안 이곳 상권을 지켜온 의류가게 사장 A씨는 이날 가게 곳곳에 잔뜩 쌓인 상자들을 하나씩 열고 모든 재고를 내놨다.

A씨는 이곳 상권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상인으로 장사가 잘 될 때는 직원도 여럿을 두고 가게를 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고, 상반기까지는 겨우 버티다가 지난달에 결국 가게를 내놨다.

A씨는 "15년 만에 이렇게 장사가 안 되기는 처음"이라면서 "원래 오후 10시30분~11시 마감했는데 요즘은 오후 7~8시쯤 문을 닫기 일쑤"라고 푸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대학들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줄어든 학생들 탓에 부산의 대표 대학가 상권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같은 날 A씨 가게 맞은편 골목에도 예년처럼 삼삼오오 점심을 먹으러가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길을 걸으면 한 집 건너 하나 꼴로 ‘임대’를 써 붙인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목이 좋다’고 소문난 자리에도 ‘임대’, ‘점포정리’ 문구는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금정구 부동산 관계자는 "지금 문 열고 영업을 하는 가게들도 거의 다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나와 있는 점포는 많은데 나가는 점포는 아예 없다"면서 "이제는 폐업이 넘쳐나다보니 중고 용품을 매입하고 수거해가는 사람들조차 발길이 뜸하다. 모든 게 멈췄다"고 침체된 상권 분위기를 설명했다.

남구의 대학로도 사정은 비슷했다. 학생들이 없어 텅 빈 거리에는 가을바람만이 정적을 깨뜨렸다. ‘권리금 無’, 부산의 유명 대학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가게 처분에 급급함이 느껴졌다. 길가의 급매물 게시판에도 권리금이 없는 점포들이 빼곡이 임대로 나와 있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커피전문점을 운영해 온 B씨는 "매출이 임대료를 채우지 못한 지는 꽤 됐다. 폐업은 시간문제"라고 하소연했다. 2층 규모의 이 커피전문점에 들어서자 30여석 자리에 손님은 단 두 명뿐이었다.

B씨는 "인근 대학들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평상시의 20% 수준"이라며 "한때 아르바이트생을 3명 썼는데 지금은 혼자서도 충분할 정도"라고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곳 부동산 관계자는 "인건비를 줄여 겨우 버티거나, 폐업조차 하기 힘들어 손해를 감수하는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고깃집, 커피전문점, 치킨가게, 옷가게 등 소규모 개인 사업자는 물론이고 유명 프랜차이즈와 10여년 넘게 장사를 이어온 음식점도 줄줄이 임대로 나와 있다"고 전했다.

동아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이후 부산의 대부분 대학들이 2학기에도 ‘비대면’으로 돌아서면서 대학가 인근 원룸촌에도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사진은 30일 부산 금정구의 한 대학 인근에 위치한 원룸 입구. /부산=김신은 기자
동아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이후 부산의 대부분 대학들이 2학기에도 ‘비대면’으로 돌아서면서 대학가 인근 원룸촌에도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사진은 30일 부산 금정구의 한 대학 인근에 위치한 원룸 입구. /부산=김신은 기자

이렇다보니 대학가 주변의 원룸촌에도 불황의 그늘은 짙었다. 동아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이후 부산의 대부분 대학들이 2학기에도 ‘비대면’으로 돌아서면서 원룸을 구하는 학생들이 없는데다, 기존에 살고 있던 학생들도 자신들의 본가로 돌아가고 있어서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면서 기존 1년 계약도 6개월 계약으로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매년 공실률 제로에 가까웠던 매물들이 올해는 많이 나와 있다"며 "이런 매물은 원래 오늘 보면 내일 나가 있을 정도로 한 달 내내 비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코로나19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공실률이 40% 정도다. 원룸 건물 한 곳당 1~2개 공실은 기본이다"며 "공실률이 높아지면 건물주의 담보 대출 상황이 악화되거나 건물가치가 하락하는 등 악영향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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