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직격] '연평도 피격 공무원' 유족 "큰 애가 고3인데 월북을?" 해경에 반박
입력: 2020.09.25 00:01 / 수정: 2020.09.25 06:54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이씨가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시스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이씨가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시스

당일 행적 여전히 '미궁' …해경, 선상 조사 중

[더팩트ㅣ윤용민 기자·양산=강보금 기자] "큰 애가 고3인데 그깟 빚 좀 졌다고 월북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측의 총격을 받아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의 큰 형이 24일 해경과 국방부의 공식 발표를 듣고 분통을 터뜨리면 한 말이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이씨의 큰 형 A(55)씨는 이날 <더팩트>와의 직격 인터뷰에서 "국방부와 해경이 제대로 수색하지 않아 발생한 일을 동생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를 질타했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모든 책임을 이씨에게 떠넘기기 위해 '월북설'을 퍼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월북을 하려면 공무원증과 신분증을 가지고 가는 것이 상식 아니냐"며 "신분증도 그대로고 가족들한테 일언반구도 없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이씨는 평소 월북 징후는 물론 유서나 관련 메모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동생은 월북을 계획하고 실행할 만큼 그렇게 독한 애가 아니다"며 "바다에서 그 먼 거리를 수영을 해서 일부러 간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산곶 인근 해상은 그가 실종된 곳에서 무려 38㎞나 떨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생전 해수부 공무원 이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생전 해수부 공무원 이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A씨는 "국방부나 해경의 발표는 거의 사자명예훼손 수준"이라며 "애들도 있고 어머니도 아직 계시는데 이런 막무가내 발표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대처를 잘했으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고 구조할 수 있었는데 그걸 실패해서 동생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있다"며 "이혼을 했다고 해서 또 채무가 조금 있다고 해서 그걸 빌미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다만 이씨가 이혼을 하고 빚을 진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다수의 서해어업 관리단 직원 등에 따르면 이씨는 4개월 전에 이혼했으며 동료직원들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제수씨(이씨의 전 처) 역시 (정부 발표에 대해) 너무나 황당해하고 있다"며 "큰 애가 고3이고 사고 전날까지도 통화를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한탄했다.

해수부 공무원 이씨가 근무한 서해어업 관리단 전경. /목포=김대원 기자
해수부 공무원 이씨가 근무한 서해어업 관리단 전경. /목포=김대원 기자

이씨의 당일 행적은 여전히 미궁이다. 이씨가 탔던 어업지도선의 폐쇄회로(CC)TV 2대가 공교롭게도 모두 고장났기 때문이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경과 국방부 발표를 토대로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한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이씨는 지난 17일 499톤급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승선했다. 이 배는 지난 16일 목포에서 출항해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역의 불법조업을 지도한 뒤 오는 25일 다시 목포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다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께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이씨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선미 오른쪽 부분에서는 이씨의 신발이 발견됐다.

배에 타고 있던 동료들이 당직 근무를 섰던 이씨가 보이지 않자 수색에 나섰다가 실종된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이씨의 근무시간은 21일 0시부터 4시까지다.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건 같은날 오전 1시 35분께다. 당시 동료들에게 "컴퓨터로 행정업무를 해야 한다"며 조타실을 나섰다고 한다.

해경은 실종 신고 접수 2시간 뒤인 같은날 1시부터 해군과 해수부 선박 등 가용세력을 모두 동원해 인근 해역을 중심으로 정밀 수색 작업에 나섰지만 소득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 22일 오후 3시 30분께 이씨는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그러다 같은 날 오후 9시 40분께 바다 위에서 총살됐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 군은 지난 21일 오후 1시쯤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1명이 실종되었다는 상황을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접수했다"며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경은 무궁화 10호를 연평도에 입항시키지 않고 인천해경 소속 조사관 4명을 급파해 여전히 조사 중이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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