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서 한노총과 민노총이 한판 붙은 이유는?…민노 감염병예방법 어기고 650명 모여 위력 과시
[더팩트 | 군산=이경민 기자] 전북 군산의 한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감을 두고 국내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 노노(勞勞) 충돌이 33일 만에 일단락됐다.
특히 이들은 충돌 과정에서 쇠뭉치(비계클램프)를 투척하고 쇠 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조폭 난투극을 방불케하는 충돌이 몇차례 이어졌지만 경찰은 경찰관이 폭행을 당하고 나서야 지난9일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일 군산의 한 건설 현장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민주노총 조합원 A 씨가 건설노동자 B 씨에게 쇠뭉치(비계클램프)를 집어던지자, B 씨가 쇠파이프를 꺼내들고 접근하고 있다. /이경민 기자 |
이들의 충돌은 2년전부터 예고됐었다.
에스엠지에너지(이하 에스엠지)는 지난 2017년 초 군산 내 미세먼지를 줄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존 유연탄과 석유코크스 발전량을 낮추는 대신 군산2국가산업단지 내 5만4575㎡ 부지에 신재생에너지인 우드펠릿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소(100㎽ 1기) 건립을 추진했다.
이어 그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 허가를 받아 군산시에 건설 관련 건축 허가 변경 신청을 했지만, 군산시는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등을 우려해 불허했고 이 때문에 행정소송이 진행됐다.
이후 군산시는 에스엠지가 제기한 건축 허가 불허처분 관련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패소하자, 시는 2019년 10월 18일까지 상고를 제기하지 않고 포기했다. 결국 원심 판결이 확정돼 에스엠지가 최종 승소했으며 군산시는 11월 14일 건축 허가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2년여 시간 동안 발전소 건설 지연에 따른 에스엠지의 손실금은 1000억 원(행정소송 준비 서류 기준)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군산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에스엠지의 신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립을 반대했으며, 수차례에 거쳐 기자회견과 규탄 집회를 열고 군산시와 시장을 압박해 공사 지연에 힘을 보탰다. 민주노총이 여기에 참여하면서 건립반대는 심해졌다.
당시 한국노총과 군산시건설노조는 민주노총과 달리 고용산업 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군산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에스엠지 발전소 건립에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의 한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감을 받기 위해 고공농성을 벌이는 민주노총이 과거에는 이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함께 했다.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제공 |
소송에서 이긴 에스엠지는 발전소 착공에 들어갔고, 이 건설 현장에는 한국노총이 E 건설사 하도급업체와 단체협약을 완료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민주노총은 E 건설사에 대화를 요구 했고, E 건설사는 단체협약은 하도급업체와 하는것이기 때문에 대화할 필요가 없다며 면담을 거부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크게 반발하고 고용노동부에 공사현장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촉구했고 국토교통부에 '공사 현장 철근이 장기간 비와 햇빛에 노출돼 녹이 발생했다'고 진정도 제기하며 압박을 가하며 면담을 요구했다.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에스엠지 공사를 맡은 E 건설사가 민주노총의 면담을 계속 거부하자, 민주노총 조합원 3명은 지난 8월 18일 이 공사 현장 철골 구조물 20m 위에 기습적으로 올라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결국 이들의 고공농성으로 인해 공사는 차질을 빚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 현장에서 일하던 건설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공사 차질로 인해 임금 손실을 보는 건설 노동자들과 한국노총 조합원 등 20여 명은 지난 8월 6일 민주노총의 고공농성을 해제하기 위해 접근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결국 민주노총은 고공농성을 벌이는 조합원들이 음식과 침낭 등을 빼앗기자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진정을 냈다.
숫자에서 밀려서 화가 난 탓일까? 이틀 뒤 민주노총은 감염병 예방관리법도 어기고 이곳 현장에서 위력을 과시했다.
지난 8일 전북 군산의 한 발전소 건설 현장 집회 현장에 감염병예방법을 어기고 650여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모여 집회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
지난 9월 8일. 민주노총은 고공농성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99명 미만으로 집회 신고를 냈지만, 실제로는 650여 명이 참석했다. 또 집회 장소를 이탈한 일부 조합원은 경찰관 2명을 폭행해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 이틀 뒤 10일에는 고공농성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쇠뭉치(비계 클램프)를 20m 아래로 투척해 밑에 있던 건설 노동자 2명이 맞아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결국 민주노총의 위력에 겁먹은 일부 건설 노동자와 한국노총 조합원 등은 짐을 싸서 이 건설 현장을 떠났다.
이후 민주노총은 이 건설 현장 공사를 맡은 E 건설사와 교섭을 진행했으며, 지난 14일 오전 9시 43분께 사 측에 요구한 합의서를 작성하고 나서야 고공농성을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 3명이 자진 하강하면서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됐다.
노총 한 지부 전 조직부장 K 씨는 "집회나 시위로 처벌받으면 변호사와 벌금까지 다 지원해 주기 때문에 구속형만 피하면 무서울 게 없다. 농성 기간 임금도 나올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진교훈 전북지방경찰청장은 이번 민주노총이 벌인 고공농성을 불법 폭력집회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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