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라면 인천 초등생 참변', 외박한 엄마만의 잘못일까
입력: 2020.09.17 21:22 / 수정: 2020.09.18 08:07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께 불이 난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초등생 형제의 집. /미추홀소방서 제공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께 불이 난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초등생 형제의 집. /미추홀소방서 제공

법원 '상담' 판단·보호기관 구청 경찰 등 잘못…예고된 비극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라면을 끓이다 불이 나 중태에 빠진 인천 초등학생 형제가 어머니 A씨로부터 방임과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이 어머니는 사고 전날 외박을 하고 지인을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 자녀 방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데다 어린 아이들을 집에 두고 외박을 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 어머니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고는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 A씨의 자녀 방임에 대해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구청, 경찰에서도 일정 정도 인식하고 있었고 법원 역시 격리 요청을 기각했던 만큼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7일 <더팩트> 취재 결과를 종합해보면, 초등생 형제의 어머니 A(30)씨는 전날 경찰관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재 당시 어디 있었느냐'는 물음에 "지인을 만나고 있었다"고 답했다. 당시 옆에 있던 A씨의 가족들이 "경황도 없는 사람한테 그런 개인적인 질문을 하지 말라"며 격한 반응을 보여 지인이 누군인지는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자녀를 방임한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2년 전인 2018년 9월 16일로 확인됐다. 어린 자녀만 남겨두고 집을 자주 비우고 집 안 위생 상태도 불량하다는 내용의 신고였다. 이후에도 2차례 유사한 추가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직접 나서 어머니에게 환경 개선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 5월 형제로부터 어머니 A씨를 격리시켜달라며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인천가정법원에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보호시설 위탁 대신 A씨에 대한 상담과 치료위탁 처분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사를 의뢰하자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A(30)씨를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

조사결과 A씨는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를 앓고 있는 초등학교 4학년 큰 아들을 수차례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A씨에게 상담처분을 해달라며 인천가정법원에 아동보호 사건을 청구했고, 사흘 뒤 법원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에 A씨의 상담을 위탁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상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학교 수업 역시 원격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형제는 단둘이 남겨지게 됐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께 불이 난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초등생 형제의 집. /미추홀소방서 제공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께 불이 난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초등생 형제의 집. /미추홀소방서 제공

앞서 B군(10)과 C군(8)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께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자택 주방에서 난 불로 전신에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B군 형제는 라면을 끓여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3도 화상을 입은 B군은 여전히 위중한 상태이며 동생 B군은 다소 회복돼 일반 병실로 옮겨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의 진술이 있어야 정확한 화인 조사가 가능한데 아직은 그럴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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