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부산 코로나 주춤하나 했더니…택시 기사 잇단 확진에 기사들 ‘신음’
  • 김신은 기자
  • 입력: 2020.09.14 14:24 / 수정: 2020.09.14 15:42
부산에서 택시 운전사 3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택시 타기를 꺼려하는 분위기 탓에 택시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부산역 택시승강장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부산=김신은 기자
부산에서 택시 운전사 3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택시 타기를 꺼려하는 분위기 탓에 택시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부산역 택시승강장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부산=김신은 기자

택시기사들 “우리도 코로나가 무섭지만 생계 생각하면…”[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줄지어 서있던 부산역 택시 승강장. 이제는 거꾸로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만 길게 늘어서 있다.

모범택시를 운전하는 최모(60)씨는 13일 오후 "오늘 오전 8시쯤 부산역에 나왔는데 오후 4시가 다되어 가는데 아직 손님 한 명도 태우지 못했다"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박모(58)씨는 "최근 서면, 남포동, 광안리, 해운대 등 부산 도심을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손님을 태우기 어렵다"며 "어떤 날은 새벽 일찍 나가서 저녁까지 종일 일 해봐야 기름값과 식대도 충당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부산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확진자를 잠깐 태운 택시 기사 3명이 감염되면서 기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가뜩이나 손님이 줄었는데, 택시에 탑승했던 승객 일부가 파악되지 않으면서 또 다른 연쇄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 운전으로 생계를 어렵게 이어가는 이들은 이제 코로나보다 밥벌이를 못 하는 게 더 무섭다고 말한다.

법인택시 기사 곽모(61)씨는 새벽부터 출근해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법인 택시는 회사에 사납금을 꼬박꼬박 내야 하는데 이제 사납금 채우기에 급급하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곽씨는 "평균 소득이 예년보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평소보다 더 일찍나와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받으려고 휴식 시간도 갖지 않고 돌아다녀 보지만 손님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말했다.

택시 운전사들 또한 코로나 감염이 우려스럽지만 생계를 생각하면 뚜렷한 대안이 없다.

15년 넘게 택시 운전을 해온 박모(62)씨는 "손님들도 택시를 타면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밀폐된 좁은 공간이어서 기사들도 손님이 기침이나 하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현금이나 카드 등 요금을 지불받고 난 후에도 불안한 마음에 얼른 손을 소독한다. 지금으로서는 이 같은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일하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렇다보니 승강장에 대기하는 운전사들은 승객석 손잡이와 의자 등을 수시로 소독한다.

운전사 김모(57)씨는 손님이 내리자마자 손 소독제를 바른 후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켰다.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운전사나 승객이 감염되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하니 소독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면서 "혹시 모를 감염으로 내 가족들이 아플까 그게 제일 걱정이다"고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부산시는 10일부터 이틀간 택시 운전사 3명(320번, 336번, 339번)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는 택시요금 카드결제 정보를 조사한 결과 320번 접촉자는 10명, 336번은 30명, 339번은 44명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320번과 336번 확진자가 몰던 택시는 침수와 블랙박스 기록 자동 삭제 등의 이유로 승객을 모두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또 339번 확진자는 산소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위중해 면담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확진된 운전사들은 당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302번과 336번 확진자는 승객인 307번 확진자와의 접촉 시간이 불과 5분 내외여서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안병선 부산시 시민방역추진단장은 "워낙 짧은 시간에 감염이 이루어진 이례적인 사례"라며 "좁은 택시 안에서 충분히 환기되지 않으면서 바이러스 농도가 올라간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감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단장은 "택시를 탄 후 대화를 삼가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확한 역학조사를 위해 현금 대신 카드로 결제해달라"고 당부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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