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층 아파트서 추락 9세 소녀, 기적적 생명 건져...신속하게 가동된 응급 시스템 덕분
  • 김성훈 기자
  • 입력: 2020.09.09 13:50 / 수정: 2020.09.09 14:25
의정부성모병원에 있는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가 아파트 14층에서 추락해 심각한 부상으로 생사의 기로에 있던 9살 여자 어린이를 신속한 응급 시스템 가동으로 살렸다. 의료진 조차 기적이라는 반응이다./의정부성모병원 제공
의정부성모병원에 있는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가 아파트 14층에서 추락해 심각한 부상으로 생사의 기로에 있던 9살 여자 어린이를 신속한 응급 시스템 가동으로 살렸다. 의료진 조차 기적이라는 반응이다./의정부성모병원 제공

사고 당시 온몸 골절.과다 출혈. 장기 일부 손상 등 부상 심각...다행히 성공적 수술 후 회복중.[더팩트 l 의정부=김성훈 기자]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진 9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생사를 가르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119구급대와 중증외상센터의 응급 시스템이 신속하게 가동된 덕분이다.

14층에서 추락한 사고치고는 심장 등 중요 장기와 머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운도 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과 경찰,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시 45분께 119상황실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어린이가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A(9)양이 1층 화단에 떨어져 있는 것을 부모가 발견해 신고한 것이다.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A양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출혈이 심해 피투성이였고 의식도 없었다.

구급차는 A양을 태우고 내달려 사고가 난 파주시의 아파트에서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의정부성모병원까지 50분 만에 신속히 도착했다.

의료진이 보기에도 온몸이 성한 데가 없을 정도로 A양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목뼈, 쇄골, 갈비뼈 등이 부러졌고 양측 개방성 대퇴골 골절까지 동반했다. 장기 일부도 손상됐다.

A양이 병원에 도착한 지 3분 만에 당직 의사가 수혈을 시작했다. 출혈이 심해 평소 A양의 몸 안에 있던 양만큼 투입됐다.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수혈 시기가 생존율을 좌우한다. 수혈이 1분 늦으면 사망률이 4%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다.

곧바로 의료진이 소집돼 권역외상센터 협진 시스템이 가동됐다.

생사를 가르는 응급 수술이 1시간 만에 끝나 A양은 다행히 큰 고비를 넘겼고 대퇴골까지 제자리를 찾았다.

천만다행으로 머리는 크게 다치지 않아 뇌 손상도 없었다.

두 차례 수술 끝에 A양은 현재 권역외상센터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며 의식도 돌아왔다.

이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A양이 자신의 방 창문 앞 서랍장에 앉아있다가 실수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A양은 평소에도 이곳에서 이불을 두른 채 야경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에도 A양은 이불을 안은 채 화단에 떨어져 있었다. 떨어지면서 나무에 걸려 충격이 완화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양의 부모는 딸을 재우고자 방에 들어갔는데 딸이 없자 찾던 중 1층에서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A양을 수술했던 의료진에 따르면 당시 A양의 '손상 중증도 점수'(ISS·Injury Severity Score)는 34점이었다. 중증외상환자 기준인 15점의 배를 넘어 소생 확률이 매우 낮았다.

나중에 분석한 결과지만 미국 외상 시스템을 적용한 A양의 예측 생존율은 22%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매우 이상적인 외상 치료 시스템을 갖췄을 때의 예상치였다.

중증외상 전문의인 조항주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은 "가벼운 유아가 고층에서 추락 후 무사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9살 어린이가 14층 높이에서 떨어져 목숨을 건진 것은 처음 봤다"며 "A양의 소생은 매우 이례적이고 기적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다량의 열상, 골절, 출혈 등이 복합된 A양은 매우 위중한 상황이었지만 구급대원의 빠른 이송과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이 있었고, 무엇보다 A양 스스로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견뎠다"며 "수술도 잘 된 만큼 건강하게 회복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newswo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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