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지역정가] 부산시장 보선 D-7개월…'날 좀보소' 물밑 분주한 여야 후보들
입력: 2020.09.05 09:00 / 수정: 2020.09.05 11:12
지난 4월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5월22일 경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부산=조탁만 기자
지난 4월 여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5월22일 경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부산=조탁만 기자

김세연 불출마 선언 속 국민의힘 후보 난립 vs 민주당 후보들 관망세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불명예 사퇴를 하는 초유의 사태로 내년 4월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7개월 앞두고 여·야 후보자들이 난립하는 모양새다.

아직 뚜렷한 후보군이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의 물밑 활동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우선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부산 시정의 공백이 생긴 만큼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후보들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국민의힘 출신 후보들은 원내, 원외 가리지않고 부산시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본격화하는 분위기이다.

◆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 1위 김세연 전 의원 '불출마 선언'

4일 <더팩트> 취재 결과, 부산시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온 김세연 전 의원이 이날 갑자기 내년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족한 사람에게 보내 주시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만 저는 내년도 보궐선거에 출마할 의향이 없음을 밝힌다"고 적었다.

최근 지역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여야를 떠나 내일 투표한다면 누가 가장 적합한가' 질문에 응답자들은 김세연 전 통합당 의원을 1위(14.4%)로 꼽았다. 2위(13.7%)는 같은 당의 서병수 의원이 이름을 올렸고 3위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11.9%), 4위는 이언주 통합당 전 의원(10.6%)이 올랐다. 무소속 오규석 군수(9.2%·5위), 변성완 현 부산시장 권한대행(6.6%·6위),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6.1%·7위), 이진복 통합당 전 의원(2.8%·8위) 등이 뒤를 이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부산시장 차기주자 1위를 차지한 김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하면서 2위를 한 서병수(부산진구갑) 의원이 부산시장으로 급부상하는 형국이다.

서 의원은 부산시장 경험이 있는 만큼 부산시정을 신속하게 안정화할 수 있는 적합한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를 1년도 채우지 않고 사퇴한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국회의원 5선에다 부산시장을 지내면서 쌓아온 저력을 바탕으로 부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명분도 공존하고 있어 '적임자'로 꼽힌다.

갑작스럽게 수장을 잃은 부산 시정 상황까지 겹쳐 자천타천으로 서 의원에게 부산시장으로서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 의원 측은 "(여론조사를)예상하지 못했지만 나쁜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지난 총선 때처럼 당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우선은 지역구 분들과 함께 부산시민들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어떤 결정도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언주 전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 입장을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상 부산시장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는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일주일 중 3~4일은 취약계층을 찾아다니는 등 지역기반을 다지는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초량 지하차도 참사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내년 시장 보선에 불출마 선언을 한 ‘젊은 보수’ 이미지의 김세연 전 의원을 대체할 수 있다는 평도 나돈다. 이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부산에 많은 지지자들이 있다. 최근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낙선한 의원이지만 4위를 차지할만큼 꽤 높은 인지도를 입증했다.

젊은 정치인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많다. 불출마 선언을 한 김세연 전 의원을 대체할 젊고 새로운 인물로 이언주가 대두되고 있다"며 "특히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상황도 여성층과 종교계의 지지를 받는 배경으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부산시장 보궐선거전에 시동을 건 이진복 전 의원은 동래의 ‘터줏대감’이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보좌관 출신으로 동래구청장을 지내고 동래에서 내리 3선 의원을 지냈다.

다만, 최근 지역 언론사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인지도 경쟁’에서 많이 밀려나 있는 모양새다. 이 전 의원 측은 "직접 나서는 정치 스타일이 아니어서 인지도에선 항상 손해를 보고 있다"며 "선거에서 '인지도 싸움’은 초반이다. 후보로서 어떤 비전을 보여줄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야권에선 이밖의 후보군으로 유재중 전 의원, 박민식 전 의원, 장제원(사상구) 현 의원 등을 꼽고 있다. 이들은 각각의 포럼을 발족하거나 준비하고 자신이 주도하는 초청강연을 여는 등 세몰이에 한창이다.

◆ '오거돈 성추문' 파문 탓 여권 후보들 '정중동' 행보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퇴로 치러지는 선거인터라 여권 후보들로서는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헌상 이 같은 이유로 재보선이 실시될 경우 후보를 내지 않도록 돼 있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최고위원을 지낸 김해영 전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김 사무총장은 앞으로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정치 인생’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내년 보선뿐 아니라 2022년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부산지역 민주당 좌장 역할을 해 당내에서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진 동시에 원외인사로 보궐선거 출마에 용이한 여러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후보로 계속 오르내린다.

김 사무총장 측은 "(선거와는) 거리를 두고 현재 맡은 바 일에 충실하겠다. 다만, 당의 요구가 있다면 충분히 고심해야 할 부분이다"며 "(서병수 의원 출마 관련)정치적 상황에 따라 지역구 보선이 치러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패한 뒤 민주당 부산시당 산하 싱크탱크인 오륙도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된 점이 눈길을 끈다. 민주당에선 오륙도연구소장이 공약·정책 개발 등 지역 주요 현안을 주로 다루는 만큼 '시정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코스'라는 인식이 강하다.

다만 금태섭 전 의원 징계 문제, 윤미향 사건, 조국 사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문제, 세습공천 논란 등 당의 주류 목소리와 다른 '소신 발언'을 해온 점 때문에 공천이 쉽지 않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정가에선 나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 소신 의견을 꾸준히 피력하면서 'Mr. 쓴소리'라는 별칭을 지닌 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김 전 최고의원 측은 "부산은 개방성과 역동성 있는 도시다. 부산시 슬로건도 ‘다이나믹 부산’이다. 그동안 부산에선 다이나믹한 시장은 없었다"며 "부산시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출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재호(남구을)·최인호(사하갑) 의원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지역구를 비우고 출마하는 건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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