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에 피부과·성형외과 대박난 이유는?
입력: 2020.08.30 09:57 / 수정: 2020.08.30 09:57
재택근무 등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는 등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성형외과·피부과를 찾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재택근무 등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는 등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서 성형외과·피부과를 찾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9월 말까지 예약 꽉 찼어요"…늘어난 직장인 재택근무·원격수업 대학생 등 쇄도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단축근무를 하게 된 직장인 김모씨는 금요일인 28일 평소보다 이른 퇴근 후 곧장 피부과로 향했다. 회복 기간이 부담스러워 그동안 미뤄왔던 레이저 시술을 받기 위해서다. ‘금·토·일’ 3일이면 회복이 가능하고, 회복이 더디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니 얼굴을 자연스럽게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박모씨도 이날 오전 피부과를 방문해 시술을 받았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노트북으로 일부 업무도 처리했다. 박씨는 잠깐의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는 이른바 ‘쁘띠 성형’을 했다. 평상시라면 일이 밀려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다. 코로나 상황이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부산지역 일부 성형외과·피부과는 성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등 외부 활동이 줄어든데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성형외과·피부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구 A피부과의 경우 코로나 확산 이후에도 예약률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방학과 직장인들의 휴가 시즌인 7~8월은 원래 ‘성수기’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되레 예약문의가 쇄도했다는 게 병원측의 설명이다.

이곳 피부과 상담 코디네이터는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나 원격수업으로 학교를 나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서인지 9월말까지 예약이 거의 다 찼다"면서 "요즘에는 회복기간이 다소 긴 시술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피부과를 찾은 30대 여성 최모씨는 "며칠 전 코로나19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며 "취업시장도 꽁꽁 얼어 붙어서 이참에 마음 편하게 쉬고 있다"고 피부과 찾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성형외과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부산에서 ‘코 성형 전문’, ‘가슴 성형 전문’ 등으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유명 성형외과에도 코로나는 비껴간 듯했다.

코 수술 상담을 위해 성형외과를 찾은 직장인 남성 이모씨는 "아직은 남자가 성형을 하는 것에 대해 조금 불편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 회복 기간도 길어 그동안 고민해왔는데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이번 결정을 앞당겨 줬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에 위치한 코 전문 성형외과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직원들에게 동일한 복지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타격은 입지 않았다"면서도 "최근에 다시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빠르게 번지고 있는 상황이 우려스럽기는 하나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병원이 바이러스 노출에 취약한데다 얼굴을 주로 다루는 성형외과나 피부과의 특성상 마스크를 벗고 수술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확진자가 다녀갈 경우 n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밀집 지역 인근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황모씨는 "근처에 성형외과가 많다 보니 수술 후 방문하는 고객들이 있다. 네일을 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코로나19 감염이 두렵기는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수술을)받는다고 하더라"면서 "우리도 먹고 살기위해 영업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성형을 하는 이들을 보면 약간 착잡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조모씨는 "코로나19 여파로 휴식기가 길어지면서 이때를 기회삼아 자신의 얼굴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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