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들의 집단휴진 속에 병원을 찾아 헤맨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부산소방재난본부 전경. /부산소방본부 제공
부산·경남 병원에 20여차례나 이송 문의…인력부족 등 이유로 모두 거절[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돌입한 첫날인 27일 약물 중독 증세를 보인 40대 남성이 응급처치를 받을 병원을 3시간 동안 찾지 못해 울산에 있는 대학병원까지 가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28일 부산경찰청과 부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1시23분쯤 부산 북구에서 A씨(47)가 약물을 마셔 위독하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앞서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대상으로 음주 측정을 했다. 경찰은 "A씨가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경찰관과 임의 동행 과정에서 소지품을 가지러 집에 잠시 들렀다가 약물을 마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A씨 집 현관 앞에 대기했다. 이후 다시 순찰차에 태워 운행하던 중 약물 냄새가 났다"며 "또 호흡이 어렵다는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받은 부산소방은 이날 A씨의 응급조치를 위해 약 1시간20분간 부산과 경남지역 대학병원 6곳, 2차 의료기관 7곳에 20여차례 이송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인력 부족 또는 의료기기 없음 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골든타임을 놓친 A씨는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부산 북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여전히 약물 중독 증상을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했다.
결국 27일 오전 0시55분쯤 돼서야 겨우 소방방재청이 A씨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확인했고, 울산에 있는 한 병원 응급실로 A씨를 옮겼다. 119에 신고접수된 지 3시간 만이다. 3시간 동안 병원을 찾지 못했던 A씨는 신속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중태에 빠졌고, 27일 오후 결국 숨졌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A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