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왜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웃고 있는가
입력: 2020.08.16 09:24 / 수정: 2020.08.16 09:24
광복절인 15일 오후 1시쯤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5층 기억의 터 입구 옆 한쪽 벽면엔 걸려있는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사진./부산=조탁만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1시쯤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5층 '기억의 터' 입구 옆 한쪽 벽면엔 걸려있는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 사진./부산=조탁만 기자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위패 815위 봉안…유족, "아베 사죄로 피해자 한 풀어야"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일본에 강제 징용을 당한 피해자들 모습이 너무 말끔한 것 같아요. 남모를 속사정이 있겠지요?"

15일 오후 1시쯤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5층 '기억의 터' 입구 옆 한쪽 벽면엔 채워진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사진을 본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이런 의구심을 나타낸다.

사진에서는 한결같이 강제 징용 당시의 참혹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말끔한 옷차림에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사진을 보면 되레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여유가 느껴질 정도이다.

기억의 터에 들어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피해자 이름이 적힌 위패들이 빼곡하게 정렬해 있고, 강제 징용 당시 피해자들의 사진이 벽을 둘러싸고 있다. 여기 사진도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비참한 모습을 엿볼 수 없었다. 기억의 터는 일본의 국가총동원법으로 강제동원 당했던 희생자의 넋을 위령하기 위해 6월 조성됐다.

역사관 관계자는 "일본 강제 징용 당시 피해자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촬영한 것"이라며 "가족들에게 보낼 사진이기에 걱정을 안기고 싶지 않은 피해자들이 고생스럽고 힘든 모습을 숨기기 위해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5층 기억의 터 입구 옆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의 사진들. /부산=조탁만 기자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5층 '기억의 터' 입구 옆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의 사진들. /부산=조탁만 기자

당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생생한 얘기를 듣기 위해 유족을 접촉했다.

일제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김순심 씨(60대 중반)는 <더팩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10년 전 세상을 달리한 아버지를 생각하면 먹먹해진다. 고생만하다 생을 마감하셨다"며 "어느 날 경남 남해에 있는 뒷산에서 땔감을 구하고 내려오는 길에 순사에 잡혀 일본으로 강제징용을 당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시 시골 청년 30여명이 다 잡혀갔다. 일본에서 작업을 하고 어린 나이라는 이유로 푼돈을 받았다. 다행히 2년도 채 안 돼 일본에서 부고를 받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얼마 지나지 않아 영장이 나왔고 곧바로 군대 입대를 했다. 이후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의가사제대를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버지가 강제징용을 당할 당시 자료가 없다"며 "아버지는 일본 강제징용에 이어 6·25 참전까지 겪으시면서 트라우마로 인해 모든 사진 등 자료를 불태웠다. 당시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아베가 사죄를 해서 유족 또는 생존하고 있는 피해자의 한을 풀어줄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5층 기억의 터 입구 옆 벽면 모습. /부산=조탁만 기자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5층 '기억의 터' 입구 옆 벽면 모습. /부산=조탁만 기자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는 일본 본토는 물론 사할린, 중국, 필리핀, 동아시아 곳곳으로 끌려가 전쟁 물자를 생산하는 등 강제 노동 착취를 당하거나 해방 이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들이다. 이들은 무려 782만여 명으로 추정되며, 1942년 기준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기록된 당시 조선의 인구가 2600여만 명임을 감안할 때 약 4명당 1명꼴로 강제동원을 당한 셈이다.

한편,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기억의 터엔 최대 4000여위의 위패를 봉안할 수 있다. 현재 815위의 위패가 있으며, 8월 초부터 전국의 강제징용 피해자 또는 유족들을 대상으로 위패 안치를 위한 신청을 받고 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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