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이춘재 살인 사건' 형사 "100% 확신…죄송하다" 뒤늦은 사과
입력: 2020.08.12 07:48 / 수정: 2020.08.12 07:48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옥고를 치른 윤모 씨. /임영무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옥고를 치른 윤모 씨. /임영무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담당형사 재심 재판 출석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드리고 싶다. 저로 인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점에 대해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심 모씨가 20년간 옥고를 치른 윤모(52) 씨에게 31년 만에 사과했다. 심 씨는 윤 씨의 진술을 듣지 않고 기존의 수사보고 등을 토대로 부실조서를 작성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1일 이 사건 재심 4차 공판을 열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했다.

윤 씨의 변호인은 "윤 씨는 붙잡힌 첫 날 범행을 부인한 바 있으며 소아마비 장애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며 "현장검증 당시 담을 넘어 피해자의 집으로 침입하는 등의 중요 행위를 재연하지 못했는데, 심 씨를 포함한 수사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윤 씨의 자술서를 보면 맞춤법도 틀리고 문장도 맞지 않는다"며 "심 씨는 이처럼 한글 능력이 떨어지는 윤 씨에게 조서를 보여주고 서명 날인을 받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캐물었다.

이에 심 씨는 "세부적인 부분은 잘 기억이 안난다"면서도 "당시에는 과학적 증거(현장 체모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결과)가 있어 윤 씨를 범인이라고 100% 확신했다"고 답했다.

심 씨는 '수사 당시 윤 씨를 추궁할 때 폭행과 폭언이 없었느냐'는 물음엔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백을 받기 위해 잠을 재우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같은 조였던 최모 형사(사망)가 사건 송치 후에야 '조사 당시 윤씨를 때렸다'고 했었는데, 큰 사건을 해결했다는 공명심을 바라고 그랬던 거 같다"고 주장했다.

심 씨는 재판 말미에 변호인 측이 사과를 요구하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 드리고 싶다"며 "죄송하다. 저로 인해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지난 7월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강당에서 이춘재 사건 수사경과 브리핑 발표에 앞서 피해자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지난 7월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강당에서 이춘재 사건 수사경과 브리핑 발표에 앞서 피해자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이 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사건은 1988년 9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한 가정집에서 중학생 A(만 13세) 양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기존 연쇄살인 사건의 모방범죄로 봤다. '화성연쇄살인 7차사건'이 발생한 지 11일 만이었다.

모방범죄로 판단한 이유는 야외에서 발생한 다른 사건 달리 A 양은 집 안에서 숨져 있었던 탓이다.

경찰은 이듬해 범행 현장 인근에 사는 농기계 수리공 윤 씨를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해 수사를 벌였다. 이후 윤 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받고 20년을 복역하다 지난 2009년 가석방됐다.

윤 씨는 검찰 수사와 1심까지는 혐의를 인정했지만 2심부터 "경찰이 때리고 가혹행위를 시켜서 거짓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하지만 주장을 증명할 구체적 물증이나 사건 당시 알리바이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고등법원 항소와 대법원 상고마저 기각되면서 끝내 유죄가 확정됐다.

윤 씨는 이후에도 경찰의 강압수사 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2003년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사건 발생 30년 만인 올해 9월 DNA 분석으로 이 사건 용의자가 이춘재로 특정됐다. 이춘재는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도 나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 수사본부는 전면적인 재수사에 착수해 수사과정에 불법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법원은 지난 1월 윤 씨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다음 재판은 오는 24일 열릴 예정이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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