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고공행진에 재조명 받는 ‘황금 조형물’ 
입력: 2020.08.06 15:26 / 수정: 2020.08.06 16:01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전시관에 전시된 162kg 황금박쥐동상./ 함평군 제공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전시관에 전시된 162kg 황금박쥐동상./ 함평군 제공

전남 함평군 162kg 황금박쥐...전남 신안군 황금바둑판 제작은 물거품

[더팩트ㅣ광주=허지현 기자]금값 오름세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황금으로 제작된 조형물이 재조명 받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162kg의 황금박쥐 동상 조형물을 제작해 전시하고 있는 곳은 전남 함평군이다. 해외에서는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진과시 마을에 220kg 초대형 금괴가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지난해 황금바둑판을 제작하려다 수포로 돌아간 전남 신안군은 금값 폭등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 국내 금 시세는 전일보다 410원 오른 3.75g(1돈)에 297,788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일 259,388원이었던 금값은 한 달 새 12.4% 상승한 37,272원이 올랐다. 전날 국제 금값도 사상 처음으로 온스(28.35g)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전남 함평군은 지난 2008년 이석형 군수 재임 당시 30억4,0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순금 162㎏, 은 281.39㎏ 등을 사용해 순금 황금박쥐상을 만들었다. 12년이 지난 현재 금 가치로만 따지면 황금박쥐 동상의 몸값은 128억 원에 달한다.

함평군은 1999년 대동면 일대에서 세계적 희귀동물이자 천연기념물 제452호, 멸종위기종인 황금박쥐 162마리 서식이 확인되면서 개체 수를 기념해 162kg 황금박쥐 동상을 제작했다.

이 당시 지역민들과 언론에서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30억여원을 들여 ‘순금 황금박쥐상’을 제작한다는 것은 무모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석형 전 군수는 중국과 인도의 금 수요를 예상했고, 함평에 서식하는 황금박쥐를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 판단하고 밀어붙였다.

황금박쥐 동상이 제작되고 함평군은 전시관을 건립했다. 문화, 관광, 산업도 없는 3무(無)의 땅 함평을 세계에 널리 알린 나비축제를 비롯해 국향대전 등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은 황금박쥐상을 보기 위해 입장료를 내고 전시관을 찾는다.

전남 신안군이 지난해 추진했던 189kg짜리 황금 바둑판 이미지./ 신안군 제공
전남 신안군이 지난해 추진했던 189kg짜리 황금 바둑판 이미지./ 신안군 제공

황금으로 유명한 지역은 함평 이외에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진과스 마을 황금박물관도 있다. 이 황금박물관에는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220kg짜리 금괴가 전시돼 있다.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철로공사를 하던 중 금광이 발견되면서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진과스 지역은 금광도시로 부흥을 맞이했다. 1970년대 금 추출 양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하나둘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쇠락해져 간 진과스 마을은 1990년 들어 대만 정부가 관광지 개발지역으로 선정하고 황금박물관 건립 등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바다와 산 계곡, 그리고 금광도시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진과스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전남 신안군도 지난해 매년 63kg씩 3년간 매입해 189kg짜리 황금 바둑판 제작을 추진했다. 신안군에서 개최될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 등 각종 바둑대회에 전시할 예정이었던 황금 바둑판은 군민의 반대와 언론의 비판에 직면해 사업을 접었다.

신안군이 지난해 황금 바둑판 제작을 추진할 당시 금 시세는 3.75(1돈)g당 21만 원 선이었다. 신안군이 황금바둑판 제작을 위해 1년 매입분 63kg의 황금만이라도 매입했더라면 15억 원의 재산가치 상승과 함께 지역의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forthetur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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